기시다 日총리 이르면 내달 하순 개각..스가 前총리, 부총리 하마평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르면 내달 하순께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통상 재무상을 겸하는 부총리에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일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향후 정국 운영에 필요한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이틀을 앞두고 예기치 않은 총격으로 생을 달리 하면서 보수층이 결집한 영향이 크지만 기시다 총리가 향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치 색깔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와 거리를 둘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스가 전 총리의 부총리 기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 부처 한 간부는 "기시다 내각에 부족하기 쉬운 개혁 역량과 돌파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스가 전 총리 부총리 기용 방안이 부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스가 전 총리는 단명이긴 하지만 아베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오른 정치 거물인데다 자민당 내 파벌에 소속되지 않았으며 무파벌 의원 사이에서 영향력이 크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와의 관계도 돈독하다.

두 정당과 자민당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해왔던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스가 전 총리 주변에선 "이제 스가 전 총리만이 두 정당과 조율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가 향후 개각 등에서 스가 전 총리와 그 주변 의원을 대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가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를 통해 아베 전 총리가 이끌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소속 인사들을 대거 교체할지 주목된다.

이번 개각에서 내각의 핵심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아베의 핵심 측근이었던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 등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민당 간부 인사에선 아베 전 총리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기시다파)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강경 보수 성향인 아베파와는 정책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마이니치신문은 "분배 중시를 내건 (기시다) 총리에게 아베 전 총리는 성장을 중시하는 '아베노믹스'의 계승을 요구했다"며 "(기시다) 총리가 강조하는 재정 (건전성) 재건 노선에도 (아베 전 총리는) 방위비 확대를 주장하며 견제했다"고 전했다.

현재 자민당 내 파벌 구도를 보면 아베파가 93명(이하 소속 국회의원)으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2위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모테기파'(54명), 3위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수장인 아소파(49명)다. 기시다파는 44명으로 4위에 그친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베파의 영향력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2~3위 파벌과의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파 입장에선 아베파보다는 모테기파와 아소파가 정책 지향이 가깝고, 두 파벌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대체로 기시다 총리를 지지했다.

자민당 간부는 아베파의 동향을 주시하겠지만 "앞으로 3개 파벌(기시다파·모테기파·아소파)이 정권 운용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아베파에는 '절대적 지도자'로 군림한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생전에 아베파의 차기 리더 후보로 시모무라 하쿠분 전 자민당 정조회장과 마쓰노 관방장관, 하기우다 경산상 등을 꼽았지만 아베를 대신할 인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정계를 은퇴한 지 10년 가까이 지난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아베파의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