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위험한 건설현장, 중대재해 막을 방법은

강한수 2022. 7. 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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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발생 현장, 변화는 왔는가 ②]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하다

[강한수]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전후로 건설현장에는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건설사들은 중대재해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보건 전문기관을 찾아 자문을 받거나, 현장 안전시설 및 조치, 체계를 개선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들은 안전·보건과 전혀 상관없는 대형 로펌을 찾아가고, 시공과 안전의 책임을 현장 노동자에게 묻는 각종 서약서·확인서에 건설노동자들이 날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마치 경찰이 범죄 용의자의 범죄증거를 찾듯, 건설사 직원들이 보디캠(body cam)을 착용하고 현장 노동자들을 감시하거나, 현장 내 곳곳에 CCTV 개수를 늘리고 있다.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고자 하는 노력은 안중에도 없이, 모든 재해의 원인이 건설노동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일에 열중하며, 중대재해 발생 시 본인들은 재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죽고 다치는 건설현장에서의 중대재해를 전혀 막을 수 없다.

원인은 무엇인가?
 
 2021년 1월 11일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 중인 고층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 연합뉴스
 
재해의 원인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듯이 명확하다. 그러나 건설사와 발주(처), 정부 당국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중대재해를 예로 들어보자.

1. 2020년 4월 29일. 남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38명 사망, 10여 명 부상 참사.

일차적 직접 원인은 화기 작업(용접)과 화재 유발작업(우레탄폼 뿜칠-유증기 발생)의 동시 실시로 인한 폭발·화재였다. 2차적 직접 원인은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질식사였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준공 기간 임박에 따른 시행사의 시공사 공사 기간 압박, 유해 위험 발생 우려에도 안전조치 없이 위험작업 동시 투입한 시공사, 다단계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위험 요소 전파 체계 미작동 및 실질 공사비 감소, 시행사의 대피로 폐쇄 조치 등에 있다.

2. 2021년 6월 9일. 광주 학동 현대산업개발 재개발 현장 9명 사망, 8명 부상 시민 참사.

이 사고의 직접 원인은 해체(철거)과정에서 정해진 작업방식을 무시한 굴착기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벽면 붕괴였다. 근본 원인은 다단계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턱없는 공사비 감소로 인한 무리한 작업 강행. 시공사 및 감리의 현장 미상주, 작업 감독 부실 등에 있다.

3. 2022년 1월 11일. 광주 동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재개발 6명 사망, 4명 부상 붕괴 참사.

직접 원인은 콘크리트 타설 시 하부층 지지대(서포트) 조기 철거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연쇄 붕괴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선공정 공기 지연(토목공사 중 암반으로 3개월가량 지연)으로 인한 공기 압박, 콘크리트 강도·양생 불량, 설계 무단 변경,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전문기능인력 미배치 등에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중대재해는 건설노동자 개개인의 불안전한 행동이 아닌, 건설사·발주처(시행사)의 잘못에서 기인한다.

건설현장 중대재해 근본 예방 위해 즉각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해야 
 
 건설노동자들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현장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건설안전특별법'이 즉각 제정돼야 한다. 이 법의 핵심은 ①발주처(시행사)가 애초 공사 설계 당시부터 안전을 중점에 두고 적절한 공사 기간과 공사비용을 의무적으로 설계에 반영하고 ②모든 주체(발주처, 설계, 감리, 시공사, 건설노동자)에게 상응한 권한과 책임, 의무를 규정하도록 해 발주·설계 단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재해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물론 다단계 하도급, 최저낙찰제 등 하도급 시공단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도 다른 방법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2020년 9월 11일 법안 발의, 2021년 6월 16일 일부 수정 재발의 후 2022년 6월 말 현재까지 22개월여의 기간 동안, 건설산업연맹의 다양한 노력(관련 정부 부처와의 협의, 건설안전 전문가 등과의 각종 토론회, 국회 국토교통위 국회의원 면담, 국회·의원사무실 1000 간부 1인시위, 언론 기고, 집회 등)과 200만 건설노동자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건설사의 극렬한 입법 반대 행위와 이에 대놓고 맞장구를 치는 국민의 힘의 반대로 국토교통위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는 후반기 상임위 배정 문제로 몇 달째 공전하고 있다. 언제 소위에서 논의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은 대놓고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고, 건설안전 전문가들과 함께 법안을 설계한 국토교통부조차도 정권과 장관이 바뀌자마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직접 안전사고로 1년에 400~500여 명씩 죽어 나가는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안전·보건'의 개념을 확대해야

'안전'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이 없는 상태"다.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므로 누구도 재해를 당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시설과 조치를 해야 한다. 또한 공기 압박에 따른 조바심은 누구에게든 사고의 위험을 증대시킨다는 것, 이윤 극대화를 위한 비용 절감 및 삭감은 무조건 사고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인식해야 한다.

건설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초고층화된다. 공법의 변화로 몇십몇백 톤에 이르는 건설기계 사용도 점차 늘어난다. 건설자재 또한 몇 톤씩 중량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기계 유도원, 타워크레인 전문신호수 배치 등 건설기계, 중량물 인양 등의 작업 중 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들이 요구된다.

'안전'의 개념을 보다 폭넓고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또한 폭염, 혹한 등 이상기후에 따른 '보건' 영역 또한 확대해야 한다. '안전·보건'에 대한 비용부과를 비롯한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치가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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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강한수씨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으로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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