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까지 세상 떠"..피살 공무원 유족, 대통령기록물 공개 소송

박현주 2022. 7. 12. 11: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아무런 정보도 없다"고 통보한 대통령기록관을 향해 유족이 결국 소송에 나선다.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최장 15년 동안 봉인된 사건 관련 '핵심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지난 5월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앞에서 청와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족, 기록관장 상대 소송


12일 피살 공무원 이대준 씨 유족 측에 따르면 유족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20조에 따라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전날 별세한 고(故) 이대준 씨의 모친 김말임 씨 장례를 마무리한 뒤 오는 20일쯤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 씨의 형 이래진 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평소 아프셨던 어머니는 끝까지 동생의 죽음을 모른 채 어제 눈을 감았고, 동생을 찾으실 때마다 우리는 '대준이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머니를 보내드린 뒤 다음주 행정 소송을 통해 동생 관련 기록을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 씨 등이 지난 2일 연평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선상 위령제를 지내며 바다를 향해 헌화하는 모습. 뉴스1.


"유족 손 들어준 판례 있어"


이는 앞서 지난달 22일 대통령기록관이 "(피살 사건 관련) 기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유족에게 '정보공개 청구외(부존재) 통지서'를 보낸 데 대한 불복 조치다.

당시 통지서에서 기록관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일반 기록물'에 대해선 "아직 19대 대통령(문재인 정부) 대통령 기록물 이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찾아봤으나 (관련 기록이) 부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보호 기간을 따로 지정해 일반에 열람이 제한되는 '지정 기록물'에 대해선 "국회의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제시된 경우에만 열람ㆍ사본 제작ㆍ자료 제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유족 측을 대리하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중앙일보에 "기록관의 결정은 사실상 공개를 일체 거부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지난해 법원은 문재인 정부가 기록 공개를 거부하자 유족의 손을 들어줬고, 이번 소송은 해당 판결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만큼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유족이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 국방부장관, 해양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군 기밀을 제외한 정보를 유족이 열람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즉각 항소하며 판결에 불복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달 16일 국가안보실과 해경은 항소를 취하했고 해경 진술 조서 등 관련 기록이 유족에게 전달됐다.

지난달 22일 대통령기록관이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형 이래진 씨에게 보낸 '정보공개 청구외 부존재 통지서'.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제공.


'월북 망언' 의원도 인권위 제소


한편 유족 측은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0일 "월북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말한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이게 무슨 짓이냐, 아무것도 아닌 일로"라고 말했다가 해당 발언을 취소했던 같은 당 설훈 의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방침이다. 오는 20일 행정 소송 제기와 함께 진정서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권위는 특정인 비하 및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발언에 대한 진정을 받으면, 관련 조사를 거쳐 대책 마련 등의 권고를 결정할 수 있다. 인권위는 현재 황희, 김철민 민주당 의원이 피살 사건 직후 유족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달 29일 진정서를 접수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