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외제차".. 언론, 일가족 비극에도 추측·선정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6월 29일, 농촌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떠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초등학생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체험 기간이 끝났는데도 학생이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이 신고했고, 경찰은 가족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완도에서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언론보도는 경찰이 실종경보를 발령한 6월 24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언론은 가족의 행방을 추적하며 CCTV 영상, 경제상황 등을 상세히 보도하며 추측에 나섰는데요.
그러자 한국자살예방협회가 7월 1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사건의 경우 "실종 사건으로 시작하여 추적과정이 상세히 보도"되고 "도구, 경제적인 상태, 특정 자산 관련 문제 등"이 자세히 알려지며 각종 추측을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생사가 확인된 후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미성년 고인의 사진이 여전히 무분별하게 언론보도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등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콘텐츠들이 양산"돼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추적 그 자체가 목적? 연합·뉴시스 추적과정 보도, 92% 넘어
▲ 뉴스통신3사와 보도전문채널2사 완도 일가족 실종 사망사건 보도건수(6/2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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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건수는 뉴스통신사의 경우 연합뉴스가 16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은 뉴스1 94건, 뉴시스 48건순입니다.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YTN이 84건으로 연합뉴스TV 39건의 두 배가 넘는 보도건수를 보였습니다.
▲ 뉴스통신3사 완도 일가족 실종 사망사건 추적과정 보도건수와 비율(6/2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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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추적과정 보도가 155건에 달했는데요. 전체 보도건수의 92.3%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뉴스1도 87건으로 전체 보도건수의 92.6% 비중을 보이며 추적과정 보도에 집중했습니다. 뉴시스는 36건으로 연합뉴스와 뉴스1에 비해서는 적지만, 전체 보도건수의 75.0%가 추적과정 보도였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추적과정 보도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차량 인양을 생중계하며 번호판과 아동 실명 그대로 노출한 YTN(6/29)(※ 검은색 바 처리는 민언련에서 한 것으로 본방송에서는 그대로 노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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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찰은 차량을 인양할 때 유실방지망을 씌웠고, 시신을 수습할 때 차량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도되지 말아야 할 내용이 노출되는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뉴스통신3사는 보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차량 인양과 시신수습 과정을 사진기사로 빠르게 내보냈습니다.
보도전문채널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량 인양 과정을 생중계한 YTN은 더 심각한데요. 차량 인양을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차량 번호판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내보내거나 자막에 아동 실명을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경제상태나 특정 자산, 도구 관련 추측 보도 잇따라
▲ 뉴스통신3사와 보도전문채널2사 완도 일가족 실종 사망사건 보도 중 경제상태, 특정 자산 관련, 도구 보도건수(6/24~7/5)(※ 하나의 기사에서 여러 내용이 나온 경우 중복 계산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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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48건으로 뉴스통신3사 중 적은 보도량을 보였지만, 가족의 경제상태나 특정 자산 관련 문제와 도구 문제는 연합뉴스, 뉴스1에 비해 많이 보도했습니다. YTN은 특히 경제상태에 관해 많이 보도했는데요.
뉴시스는 <한밤 돌연 사라진 가족... 커지는 의문들>(6월 28일 신대희·김혜인 기자)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추측했습니다. 근거로는 가족의 경제상태를 상세히 전했는데요. "(집 앞에) 각종 독촉장과 카드 대금 지급 명령서, 미납 고지서 등이 쌓여 있었다"며 "(초등학생 부모가) 지난해 7월 사업을 접고 가족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 "직장을 그만두고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것", "카드빚이 1억여 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생사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제상태를 상세히 전하며 추측을 내놓은 것입니다.
다른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종 가족 탑승 차량 찾았다... 행적 파악 '속도'>(6월 28일 변재훈·이영주·김혜인 기자)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단정 지을 수 없고 잠적, 사건·사고 또는 범죄 연루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경제상태를 상세히 언급하며 "극단적 선택 의문 커져"라는 소제목을 붙였습니다.
YTN, "풀빌라 숙박, 비즈니스하는 사람의 소비성향"?
▲ YTN <뉴스라이더>(6월 28일) 방송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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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 일가족 실종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추측 내놓은 YTN(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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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라 앵커는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가족이 숙박료가 비싼 풀빌라에 묵었다는 점이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질문부터 사건과 거리가 있는데요. 임병수 대표도 추측을 이어갔습니다. "이 사람 생활패턴을 보면 외제차를 타고 아이를 하나 키우고 사업을 했던 사람이고 영상에 보면 체구가 좀 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부채와 자금을 융통하고 가는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소비성향"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들의 추측은 계속됐습니다. 안보라 앵커가 "완도에서 아우디, 고가의 외제차를 못 찾는 이유"를 묻자, 임병수 대표가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안보라 앵커는 "섣부른 추측은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수지를 좀 봐야 된다'는 의견이신 거죠"라며 추측을 이어갔습니다.
▲ 완도 일가족 실종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추측 내놓은 연합뉴스TV(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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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뉴스프라임>(6월 27일)에서는 실종 가족의 모습이 나온 CCTV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진행자 성승환 앵커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성승환 앵커는 "(CCTV 영상에서) 아버지가 뭘 들고 있다" "그게 뭘까요"라며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에게 물었습니다.
▲ 연합뉴스TV <뉴스프라임>(6월 27일) 방송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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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확인 후에도 계속된 아동 실명 보도
▲ 뉴스통신3사와 보도전문채널2사 완도 일가족 실종 사망사건 보도 중 생사 확인 후 아동 실명 및 사진 보도건수(6/29~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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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56건으로 가장 많았고, 뉴스1 29건에 이어 뉴시스 20건순입니다. YTN와 연합뉴스TV는 각각 13건과 15건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뉴시스는 생사 확인 후에도 아동 사진을 5건이나 보도했습니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등의 신상정보를 실종아동등을 찾기 위한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뉴스통신3사와 보도전문채널2사는 생사 확인 후에도 손쉽게 미성년 고인의 이름을 사건 이름으로 활용했습니다.
뉴스통신사와 보도전문채널은 일반 언론과 비교할 때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훨씬 방대한 보도량을 보입니다. 기사와 사진, 영상이 다른 언론을 통해 많이 인용되는 만큼 더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죠.
한국자살예방협회는 7월 1일 성명에서 사회적 약속 다섯 가지를 제안하며 "자살에 대한 섣부른 원인 분석과 불확실한 정보의 확산을 자제"하자고 했습니다. 이런 사회적 약속들은 이미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언론이 지키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6월 24일~7월 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YTN, 연합뉴스TV 기사 중 완도 일가족 실종 사망사건 관련 보도 전체
* 문제보도는 확산 방지를 위해 링크를 포함하지 않았으며, 보도제목에 등장한 아동 실명은 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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