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내 퇴직금을 어떻게 할까

전필수 2022. 7. 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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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인들의 노후 안정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국민연금이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

요즘은 주식투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노후자금의 주식 투자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주식계좌 수가 5000만개를 넘어 1인 1계좌 시대가 됐지만 자신의 노후자금을 선뜻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비율은 매우 낮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은 있지만 주식투자를 늘릴 때마다 비판을 받는 국민연금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은 평균 10%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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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65세 이상 노인들의 노후 안정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국민연금이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

‘킹 메이커’로 여야를 넘나들며 비대위원장을 모두 역임한 김종인 박사가 9년 전 한 말이다. 국민연금을 통한 인위적 주가부양에 반대한다는 맥락에서 한 말이지만 그만큼 주식시장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셈이다. 김 박사 외에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 같은 비판을 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았고, 적잖은 공감도 얻었다. ‘주식하는 자식은 낳지도 마라’는 말이 TV 드라마 대사에도 나오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주식투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노후자금의 주식 투자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주식계좌 수가 5000만개를 넘어 1인 1계좌 시대가 됐지만 자신의 노후자금을 선뜻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80~90%가 원리금 보장형이다.

퇴직금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보니 기업들은 적립금을 주거래은행의 예·적금이나 보험 상품에 넣어둔 채 방치했고, 금융회사들도 손실만 면하면 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평균 2% 수준에 불과했다. 무(無)관심·무경쟁·무위험 ‘3무(無)’ 속에 퇴직연금이 방치됐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렇게 방치된 우리들의 노후자금 퇴직연금을 살리기 위해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오늘(12일)부터 시작된다. 디폴트 옵션이란 ‘디폴트 밸류(default valu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별도 설정을 하지 않은 초기값, 즉 기본 설정값을 의미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미리 정해놓은 상품에 자동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실제 디폴트 옵션을 먼저 시행한 금융 선진국들의 수익률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의 4배를 넘는다. 호주 영국 미국 등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8~9%나 되는데 이들 국가의 퇴직연금 가입자 대부분은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디폴트 옵션이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의 만능 해결사처럼 보인다. 진짜 그럴까. 당연히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는 없다. 우리보다 앞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 일본의 디폴트 옵션 수익률은 평균 2%대에 불과하다. 일본 퇴직연금이 다른 금융 선진국들과 달리 디폴트 옵션 도입에도 저조한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 등 다른 금융선진국과 달리 일본은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을 편입했다. 보수적인 일본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대부분 원리금 보장을 원하다보니 디폴트 옵션 전보다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더 높아졌다. 원리금은 지키는 대신 수익률도 포기하는 구조인 셈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은 있지만 주식투자를 늘릴 때마다 비판을 받는 국민연금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은 평균 10%나 된다. 이렇게 선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9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준 국내 주식 157조원에 해외주식은 250조원을 넘게 투자하고 있다. 대체투자 비중도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투자를 합쳐 124조원을 넘는다. 최근 3년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손실을 볼 수도 있는 포트폴리오다. 실제 2018년도 수익률은 -0.92%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감수(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해야 하는 게 투자의 세계다.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투자해준다지만 위험을 감수할지 여부는 오롯이 자기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내 노후자금을 어떻게 굴릴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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