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변호 나선 연세대 동문 변호사들.."연세 정신, 약자 권리 봉쇄와 어울리지 않아"

연세대 출신 변호사 10명
소송위임장 제출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연세대 재학생 3명이 수업을 방해했다며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연대 졸업생 법조인들이 변호에 나서기로 했다.

12일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연세대 법학과 95학번)을 비롯한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소송대리인단’은 “연세대학교 동문 변호사들은 재학생 3명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피고들(연대 청소노동자 등) 대리인으로 참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26명의 연세대학교 출신 변호사들이 연대의 뜻을 밝혔으며 10명의 변호사들이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더 많은 동문 변호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위세를 보이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에 대리인단의 수는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장문을 통해 이들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이유에 대해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강요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 형사고소를 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동주, 이한열 선배를 배출한 연세의 정신은 약자들의 권리를 봉쇄하는 것과 어울리지 않다”며 “이들의 정의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배려의 정신을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승소가 목표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과 동문으로서 열린 태도로 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학교 측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 원하청 구조의 축소판”이라며 “원청이 이 문제를 풀지 않으니 하청회사와 노동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고 그 분쟁으로 주변 사람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연세대학교 당국은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이며 (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원고가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취하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향후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동문 법조인 선언을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지난 3월부터 교내 샤워실 확충,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재학생 3명은 집회 소음으로 인해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치료비 등을 더한 약 64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다. 또 이들은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장 등을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한 바 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