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물 세계에서 제일 펑펑 쓴다" 안철수 발언 '대체로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김예진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7월 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기·물 모두 전 세계에서 제일 펑펑 물 쓰듯이 쓰는 나라”라며 자발적인 시민사회 운동을 제안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발언 모습. |
ⓒ 공동취재사진 |
[검증대상] "우리가 전기·물 세계에서 제일 펑펑 쓰는 나라" 안철수 의원 주장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국민의힘(경기 성남분당갑) 국회의원이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사회운동을 제안하면서 "우리가 전기·물 모두 전 세계에서 제일 펑펑 물 쓰듯이 쓰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지금 경제 상황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IMF 때나 2008년 경제위기 때보다 앞으로 훨씬 더 어려워질 거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고통분담을 하고, 금 모으기 운동도 하지 않았나.
우리가 전기·물 모두 전 세계에서 제일 펑펑 물 쓰듯이 쓰는 나라다. 이제는 전기요금도 오르니까 전기를 아껴 쓴다든지, 무언가를 찾아서 자발적인 시민사회 운동 같은 게 필요한 때다."(안철수 "IMF 때 DJ처럼…尹 '허리띠 죄자' 대국민 호소해야")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 국민이 실제 가정에서 쓰는 전기나 수도 사용량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데도 국민에게 경제 위기 책임을 전가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리나라 1인당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OECD 평균보다 적다"거나 "1인당 물 사용량은 전 세계 56위"라며 안 의원 주장을 직접 반박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실제 안 의원 주장대로 "우리가 전기·물 모두 전 세계에서 제일 펑펑 물 쓰듯이 쓰는 나라"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가정용 전기·수돗물 사용량, 주요 선진국보다 적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세계 3위"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확인 결과 산업용을 제외한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 이하였다. 또한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면서 물 사용량도 많다고 알려졌지만, 1인당 수돗물(가정용수) 사용량도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19개국 가운데 평균 이하였다.
▲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 매체는 전기요금 인상을 앞둔 지난 6월 27일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으로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
ⓒ 연합뉴스 |
▲ 2019년 기준 주요국 전기 사용량 및 1인당 전기 사용량(IEA·통계청 제공) |
ⓒ 연합뉴스 |
안철수 의원 쪽은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연합뉴스>를 비롯한 언론은 전기요금 인상을 앞둔 지난 6월 27일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9년 기준 전체 전기사용량 세계 상위 10개국을 먼저 뽑은 뒤, 이들 국가 가운데 1인당 전기사용량을 단순 비교한 것이다. 때문에 인구가 적은 나라일 수록 1인당 전기사용량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전기사용량 상위 10개국은 인구 13억이 넘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미국, 브라질, 러시아, 일본 등 인구 1억이 넘는 나라가 대부분이이었다. 실제 인구가 3700만 명으로 가장 적은 캐나다가 1인당 전기사용량 1위였고, 5100만 명으로 두 번째로 적은 한국이 3위였다.
▲ 1인당 전력소비량 상위 30개국 순위(2019년 기준. 자료 : '에너지통계연보 2021',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은 전세계 141개국 가운데 13위, OECD 38개 국가들 가운데 8위였다. |
ⓒ 김시연 |
반면 산업용·상업용 등을 제외한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앞서 통계청도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많은 것은 산업 부문의 전력소비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의 가정 부문 전력소비는 OECD 평균보다 적다"라고 밝혔다.
실제 IEA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1300kWh로 OECD 평균(2190kWh)보다 낮았고,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5위였다. 이는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약 13%(산업용 52%, 상업용 31.2%)로, OECD 평균 25.4%(산업용 42.5%, 상업용 20%)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영국 소재 글로벌 물 전문 조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기준 1인당 수돗물(가정용수 기준) 사용량이 183리터로 비교 대상 국가 19개국 평균(203리터)보다 적었다. |
ⓒ 한국수자원공사 |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수돗물 사용량도 세계 최상위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수돗물 사용현황'에 따르면, 2020년 상수도 통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명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은 약 295리터다. 이 가운데 가정용이 196리터로 66%를 차지했고, 일반(영업)용 83리터(28%), 공업용 8리터(3%), 공공(업무)용 5리터(2%), 욕탕용 3리터(1%) 순이었다.
영국 소재 글로벌 물 전문 조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기준 1인당 수돗물(가정용수 기준) 사용량이 183리터로 비교 대상 국가 19개국 평균(203리터)보다 적었다. 한국은 일본(383리터), 호주(340리터), 미국(340리터), 캐나다(274리터), 스페인(265리터), 러시아(248리터), 터키(217리터), 이탈리아(190리터)에 이어 멕시코(183리터)와 함께 공동 9위였다.
한편 2021년 GWI 통계 기준 우리나라 1톤당 수도요금은 719원으로 평균 1700원보다 낮았다. 순위도 19개 국가 가운데 멕시코(937원)에 이어 15위에 그쳤다.
[안철수 의원 해명] "세계 제일은 수사법... 1위가 아니라 상위권이란 의미"
안철수 의원 쪽은 8일 <오마이뉴스>에 "가정용 전기와 수돗물만 아끼자는 게 아니라 산업용을 포함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민 운동을 벌이자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안 의원 쪽은 "전기와 물을 우리나라가 제일 많이 쓴다는 건 '수사법'일 뿐이고, 실제 1위가 아니라 세계 상위권이라는 의미"라면서 "(가정용 사용을 줄여) 국민만 희생하라는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나서서 국민 통합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8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 가운데 가정용 비중은 13~14% 정도고, 산업용으로 50% 정도 쓴다"면서 "1인당 전기사용량이 높은 건 전체 전기사용량을 전체 인구로 나눠서 그런 것이지, 전기를 많이 쓰는 건 일반 국민이라기보다 산업계"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일반 국민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1인당 전기사용량이 높은 이유는 전기를 값싸게 공급해 국민들이 전기를 쓰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전기·물 세계에서 제일 펑펑 쓴다" 안철수 주장 '대체로 거짓'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세계 상위권이지만, '세계 3위 수준'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세계 140개국 가운데 13위, OECD 38개국 가운데 8위 수준이었다. 이 또한 산업 부문 전력 사용이 많기 때문이고, 일반 국민이 쓰는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보다 낮았다. 1인당 수돗물 사용량 역시 미국·일본 등의 절반 수준이었고, 주요 선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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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팩트] |
안철수 |
(국민의힘 의원) |
"우리가 전기·물 모두 세계에서 제일 펑펑 물 쓰듯 쓰는 나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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