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게임 포인트로 현금화" 사행심 조장..해외사업자 제재 사각지대

5년간 불법광고 107건 적발
국외 주소지 사업자 처벌 어려워
조치 불이행 과태료 500만원
국내 사업자 역차별 반발도
게임 허가 취소·해외 공조 필요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김희철군(16·가명)은 휴대전화로 검색을 하다 ‘게임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게임을 다운받았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니 환전이 불가능했다. 허위 광고였다. 이기호군(17·가명)은 단지 퍼즐게임을 위해 다운로드를 받았는데 게임과 무관한 선정적 광고가 뜨자 바로 삭제했다.

인터넷상에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사행심 조장, 선정성 광고가 남발하는 가운데 대부분 해외 사업자여서 관리·감독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게임 광고는 총 107건이었다. 이들 모두 해외 사업자였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적발된 불법 게임 광고도 11건으로 ▲홍콩 8개 ▲싱가포르 1개 ▲스위스 1개 ▲유럽 1개 등 해외사업자였다.

100여건 모두 '해외 사업자'…선정적 내용은 허위광고 시 적발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는 주소지가 국외이기 때문에 관할 지자체가 없어 과태료 부과 등은 어렵다"며 "해외 사업자가 저지른 행태임에도 규제가 국내에만 엄격히 적용돼 결국 국내 사업자만 준수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광고서비스 사업자에게 연락해 최대한 삭제하도록 하는 게 전부다.

게임업계에서는 "2018년 중국 게임업체의 ‘왕이 되는 자’게임이 선정적 광고가 논란이 된 이후 규제가 강화돼 국내업체만 처벌받는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게임산업진흥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 내용 정보를 다르게 표시했거나 사행심 조장 내용을 게시한 경우 광고의 삭제 차단 등의 시정권고를 하도록 돼있다. 만약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선정적 내용을 담고 있어도 ‘허위 광고’가 아니면 적발이 불가능하다. 사행심 조장은 해당 내용 자체를 배포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선정적 내용에 대한 부분은 법에 포함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 의원은 "해외 게임업체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 방법이 없어 시정권고를 통해 불법광고가 차단되더라도 비슷한 광고가 다시 올라오는 실정"이라며 "악의적으로 반복되는 불법광고에 대해서는 게임등급 분류 허가를 취소하고, 외국에 수사·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청소년에 유해한 게임 광고를 제한하기로 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를 매개로 하는 각종 유해환경에 대한 노출과 피해에 대한 우려가 심화한다"며 "관계 부처와 협력해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