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암 정복의 열쇠, 유전자

기고자/성지연 교수 2022. 7. 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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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연의 암과 유전자>

암과 유전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유전자를 모르면, 암에 대해 아무리 잘 알더라도 암을 다 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유전자를 알아야 암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다섯 번의 레터를 통해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 병리과 성지연 교수가 쓴 ‘암과 유전자’를 보내드립니다. 유전자가 암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치료에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 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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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악성 신생물’이라 불리는 암은 40년째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암은 의과학자들에게 정복의 대상인데요. 암을 정복하기 위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유전자입니다.

암이라는 질병은 정상세포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세포로 변하면서 발생합니다. 전기 신호를 통해 정확히 작동하는 전자제품처럼 세포 내외의 신호가 적절히 조절돼야 하는데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그 규칙이 무너지면서 암세포가 생겨납니다.

흔히들 암을 유전질환이라고 표현하죠. 그런데 ‘유전질환’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몇 가지 오해가 발생합니다. 첫 번째, 암이 유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생활습관과는 관련이 적다는 겁니다. 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정상세포가 무수히 분열하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들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은 세포 기능에 큰 영향을 안 끼치는데, 드물게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것이 바로 생활습관입니다. 흡연, 음주, 환경오염에의 노출, 잘못된 식습관 등이 이에 해당하죠.

두 번째, ‘내가 걸린 암이 자녀에게도 유전된다’고 착각합니다. 일부 영향을 주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닙니다. ‘유전질환’이라는 것은 ‘유전자와 관련된 질환’이라는 의미이지, ‘유전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음 세대로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전해주는 경우는 생식세포라고 불리는 아버지의 정자나 어머니의 난자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때입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암의 가족력(유전력)이 있으면서 공유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질 때 ‘가족성(유전성) 암’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유전력이 없는 암은 ‘산발성 암’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암인 산발성 암은 생식세포 즉, 정자나 난자가 아니라 그 외의 우리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에서 생기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다음 세대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암 종별로 다르지만 전체 암의 5~15%가 가족성 암이고, 나머지가 산발성 암입니다. 암에 걸렸다고 무조건 자녀에게 유전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족성 암은 이어질 다른 글에서 빈도가 높은 것 위주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암환자들이 암 유전자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런 오해들을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암은 유전질환이지만 유전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유전되는 가족성 암이라 할지라도 암에 대해 가족이 함께 알고 있으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암환자는 표적항암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유전자를 알아야 합니다.

저는 세포 및 조직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하는 병리의사입니다. 암 유전자가 불러오는 의료계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정기적으로 암 종의 분류를 출판하는데요. 뇌종양을 필두로 유전자 검사 없이는 정확한 진단명을 붙이기 어려운 유전자 관련 진단이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암을 정복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암과 관련된 중요 유전자들의 돌연변이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치료제들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치료제가 개발돼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무찌르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면역항암치료제의 효과를 예측하는 정보 역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암 정복에 있어 유전자는 그 해답을 갖고 있는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보다 암환자의 생존율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사망원인 1위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통해, 유전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세포 내의 유전정보 전체, 즉 유전체(genome)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더 발전된 치료방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암환자 여러분 모두가 희망을 갖고, 암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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