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 정점 지났다..주요국서 하락장 징후 등장
세계 주요국에서 집값이 정점을 지났다는 징후가 목격되고 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 심리 확산으로 주택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가 크게 줄고, 가격 정체가 나타나는 등 하락장 전조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내림세도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부동산이 본격적인 조정장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사태처럼 집값이 급락할 우려는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계약이 취소된 거래는 약 6만 건이다. 이는 지난 6월 전체 주택 계약의 14.9%에 달한다. 부동산 거래 100건 중 15건가량이 중도 취소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 시작하면서 주택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던 2020년 3월(17.6%)과 4월(16.4%)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부동산 중개인 린제이 가르시아는 “모기지 금리가 6% 가까이 올랐을 때 금리 급등으로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계약을 취소한 사람을 많이 봤다”며 “구매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택 구매에 대해 더 냉담해졌다”고 말했다.
테일러 마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에서 경쟁 둔화로 일부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협상 여지가 생겼고, 일부는 모기지 이자율 증가로 대출 자격을 잃어 계약 취소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거래량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는 지난 5월 판매된 주택 수가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는데, 지난달 거래량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집값 급등이 가팔랐던 지역에선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레드핀 데이터에 따르면 집값 급등 상위 지역인 콜로라도 덴버 지역 주택 재고량은 47% 증가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도 43% 늘었다. 리얼터닷컴 주간 데이터상에서도 주택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리얼터닷컴은 지난주 주택 가격 중윗값이 1년 전보다 18.3%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집값이 57% 폭증했던 아이다호주 보이시 지역은 올해 들어 상승세가 3%에 그쳤다. 가격 급등으로 고평가된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부동산 감정평가사 밀러 새뮤얼은 “지금 미국 주택 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토론토 오크빌 주택 가격은 지난 2월 164만 달러를 넘어서며 1년 전보다 65%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에 따르면 지난 5월 집값은 지난 2월 고점 대비 12.4% 하락했다. 인근의 케임브리지와 키치너·워털루 지역도 같은 기간 각각 15%, 11.4% 하락했다.
호주 뉴질랜드(ANZ) 은행은 뉴질랜드 주택 가격이 이미 2021년 11월 고점 대비 5.5% 하락했고, 연말에는 11%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질랜드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주거용 부동산 판매는 재고 증가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35.2% 감소했다. 주택 재고량이 가장 낮은 곳도 전년 대비 20%가량 높았다. 지난 4월 판매 가능한 부동산 총수는 1년 전보다 70.8% 급증했다.
스웨덴의 글로벌 금융회사 SEB 주택가격지수는 지난달 -27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3월 수준에 근접했다.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델스방켄은 지난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2023년 말까지 덴마크 집값이 10~15% 하락할 것”이라며 “코펜하겐 등 가격이 높은 지역은 현저한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영국 왕립감정평가사협회(RICS)는 지난 5월 잠재 구매자의 신규 구매 문의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세청과 영란은행(BoE)에 따르면 지난 5월 주택 판매 수는 전년 동기보다 5.1% 감소했고,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승인 건수도 25% 감소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연말까지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집값이 20%까지 하락할 것으로 이날 예측했다. 호주(15%)와 스웨덴(10~15%), 영국(5~10%), 미국(5%) 등 다른 대부분 국가의 하락도 전망됐다.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등은 모두 하락장 직전 단계에 있다”며 “차입 비용 상승과 향후 수개월 추가 금리 인상이 선진국 주택 시장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봤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충격 우려는 아직 낮다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미국에서 많은 주택 소유자가 지난해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했고, 변동금리 비율도 8%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6%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주택구매자 상당수가 금리 상승을 견딜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주택 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며 “가격 균열이 나타나고 있지만 폭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업체 홈의 설립자 닉 샤는 “대부분 도시에서 주택 가격은 하락하겠지만 붕괴가 아니라 하락”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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