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코로나 재유행까지..여행 심리 다시 꺾일까
항공권 등 높아진 비용과 코로나 재확산에 멈칫
고물가·고유가에 항공권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행 소비 심리가 다시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행업계에서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외 입국자 격리 등 방역규제가 부활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엔데믹 전환에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 폭발…동남아 인기
코로나19 유행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전환되고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가 해제되면서 그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인터파크투어가 정부의 해외 입국자 국내 격리 면제 발표 직후인 3월11일부터 13일까지 해외 항공권 예약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73%, 전월 같은 기간 대비 281% 각각 급증했다.
이 기간 예약이 이뤄진 해외항공 노선별 점유율은 미주가 39.1%로 가장 높았다. 그 뒤는 유럽이 31.5%, 동남아 18.9%, 대양주 6.9%, 일본 3.3%, 중국 0.3% 순이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둔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노랑풍선이 7월 한 달간 출발 예정인 해외 패키지 상품 예약과 항공 발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월 베트남 다낭행 상품 예약률이 전월 대비 약 3000% 뛰었다.
모두투어도 7월 출발일 기준 항공 예약률이 동남아가 32%로 가장 높았고 하나투어 역시 지난달 6일부터 19일까지 해외여행 예약 동향을 살펴본 결과 동남아 예약 중 7월 출발이 46.1%, 8월 38.4%의 비중을 차지했다.
훌쩍 오른 항공권·유류할증료에 부담↑…코로나19 재유행도 발목
그러나 항공 좌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항공권 가격이 폭등하고 국제유가 급등으로 유류할증료까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8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1만98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2200원 인상했다.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2만원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중순쯤 발표될 8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통상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함께 인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치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대한항공 유류할증료는 거리 비례별로 4만2900~32만5000원, 아시아나는 4만6900~26만73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세계적 재유행까지 덮치면서 모처럼 살아난 여행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2693명 늘어 누적 1852만4538명으로 집계됐다.
전날(2만410명)보다는 7717명 줄었지만 일주일 전인 지난 4일(6253명) 대비로는 6440명 늘어나 ‘더블링(2배 증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6일 발간한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3일 기준 약 465만명으로 4주 연속 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기준 한 주간 유럽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직전 주보다 15% 증가한 242만여명을 기록했다. 미국 역시 8일 기준 한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수는 10만8000여명에 이른다고 존스홉스킨스대학은 집계했다.
WHO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유럽과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재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행업계 "이미 예약한 해외여행 상품 취소 사례 없지만…상황 예의주시"
여행업계에서는 아직까지는 여행 상품 취소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직전 같은 기간 대비(6월19일~6월30일) 큰 폭의 증감 없이 25%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좋은여행도 11일 오전에만 300명 가량이 패키지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하는 등 코로나19 이전 기준 30%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재유행 확산세가 심화되고 거리두기나 해외입국자의 자기격리 의무화 등 정부의 방역 규제가 강화될 경우 여행 소비 심리가 식을 수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본다는 모습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유행 이슈 이후 신규 예약률이 감소하거나 기 예약건들의 취소 케이스는 없다”며 “다낭, 세부, 보홀 등 전세기를 운영하는 지역으로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재유행 이슈가 여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지만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의무화 등이 다시 부활하면 여행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행업이 회복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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