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에 살해까지..'동물 학대' 멈출 방법 없나
동물보호연합 "실형 선고 비율 0.5%에 불과" 비판
"강력한 처벌 이뤄져야 .. 교육·캠페인도 필요"
[아시아경제 강우석 기자] 최근 동물을 상대로 한 잔혹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길고양이를 무차별 살해하거나, 끔찍한 학대를 하는 식이다. 전문가는 동물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밑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 새끼고양이를 살해한 후 사체를 초등학교 통학로에 매단 혐의로 구속된 30대 A씨가 3년 전 한동대에서 발생한 '길고양이 연쇄 학대사건'의 범인과 같은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대에서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길고양이 7마리가 살해당해 나무에 매달려있거나 앞발이 잘린 채 발견되는 일이 벌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중 일부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지난 2020년 포항 도심 중앙상가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사건 범인과 동일한 지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역시 자신의 범행임을 인정했다. 당시에도 고양이 사체가 골목에 걸린 채 발견됐다.
지난 3월에는 포항의 한 폐양식장에서 훼손이 심한 고양이 사체 대여섯 구가 발견되는 일이 일어났다. 현장에는 만삭묘 및 토막난 사체, 학대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포획 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동물단체 등이 현장을 취재하고 경찰에 고발한 끝에 20대 남성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동물 연쇄 살해는 범죄 자체로도 심각성이 크지만 이후 살해, 강간 등 강력 범죄로 연계되는 비율도 높아 그 여파가 상당하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살인범의 46%와 아동 성추행범의 30%는 과거 동물을 학대한 경험이 있었다. 강호순, 유영철 등 국내 연쇄살인범들도 동물학대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포항 새끼 고양이 살해범 A씨의 소지품에서는 고양이들을 계획적으로 고문하고 살해한 내용이 기록된 노트가 발견됐고, 폐양식장 학대범 B씨는 사건 제보자들에게 욕설과 함께 "네 살이랑 가죽도 고양이처럼 벗겨줄까" 등의 협박성 메세지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져 동물범죄의 잔혹성과 추가 범행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대다수 주가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연방수사국(FBI) 역시 반사회적 범죄로 여기며 동물학대 범죄자 데이터를 항목별로 구분해 따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동물학대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률은 저조해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총 992건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발생해 총 1014명이 검거됐다. 10년 전인 2010년(78명)과 비교하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이 1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총 4358명의 사범 중 구속된 인원은 5명에 불과해 구속률은 약 0.2%에 그쳤다.
이에 지난 4월, 31년만에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되면서 동물학대 행위가 확대 및 구체화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도 동물학대를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잔인하고 끔찍한 동물학대를 한다고 해도 징역형이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실형 선고 비율이 0.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에서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학대 범죄는 중대한 범죄가 아니다' 라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에 계속 남아있게 되는 것"이라며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을 과시하려고 동물을 연쇄적으로 학대하고 자랑하고 이러한 것들이 계속 반복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동물학대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한 번 하면 인생이 끝날 수 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사법부의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회적으로도 관련 캠페인이나 교육이 이뤄져서 동물학대가 굉장히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beedoll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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