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 게임' 외치던 윤석열, '표심' 잡고 땡?
윤석열 정부가 취임 두 달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2030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별도 설치 등 게임 관련 공약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다만 당선 이후 제시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게임이 포함되지 않았다. 윤 정부는 지난 5월 ‘국민께 드리는 20개 약속’을 주제로 하는 110대 국정 과제를 공개했는데, 대선후보 당시 발표했던 공약은 없었다. 'K-컬처의 초격차 산업화'를 위해 K-POP, 영화, 드라마, 웹툰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며 이들 분야와 묶어 두 차례 언급된 것이 전부다.
그나마 거론된 게임 관련 정책도 대체로 규제에 가깝고 진흥책은 사실상 빠졌다. 또한 이른바 돈 버는 게임이라 불리는 ‘P2E(플레이 투 언)’와 NFT(대체불가능토큰) 도입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제대로 된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2E 논의, 여전히 공회전…엇박자 대응도 여전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육성을 강조해 소비자와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들은 P2E 게임을 통해 여가와 수익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고, 게임업계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규제개혁을 기대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준비에 나섰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부처 간 P2E 게임 대응은 엇박자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불가피하게 해외시장에만 P2E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국내 서비스는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 ‘게임산업법’ 제32조는 게임 내 결과물을 현금으로 전환하거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위를 ‘사행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제작한 블록체인 게임을 국내 이용자는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게임업계는 지난 1일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허용을 포함한 게임산업법 개정을 요청했다. 다만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P2E 게임에 대해서는 신기술과 사행성이라는 양면성이 있으므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의견만을 전했다.
엇박자식 정부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최근 구글 스토어와 애플 앱마켓에서 유통되던 P2E 게임과 NFT 모바일 게임 총 32개를 적발해 퇴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게임은 모두 이용자가 게임을 통해 특정 코인 또는 NFT를 얻은 뒤 외부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하는 구조다. 반면 또 다른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은 P2E 게임을 신성장 게임으로 분류했고, 이들에게 최대 5억 원의 사업비까지 지원한다.
대통령은 ‘반중’ 외치는데…문체부는 판호 규제 완화 제시?
박 장관은 1일 게임업계와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외교부, 경제부처를 통해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실감나게 전달해 판호 발급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은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보기엔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자국 내 유통을 허가하는 외자판호 발급 건수를 제한하며 해외 게임업체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자국 게임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몇몇 국산게임이 판호를 받긴 했지만, 향후 추가 발급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더 지배적인 상황이다.
급기야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여로 인해 중국 판호 발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나토에 사실상 합류한 탓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탈(脫)중국을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달 27일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 정부보다 중국 견제 노선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판호 발급 문제를 챙기겠다”는 박 장관의 말에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계열사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의존해 점차 외교적 독립성을 상실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52시간제 개편 카드 ‘만지작’…‘등대’·‘오징어배’ 재현 우려도
윤석열 정부는 최근 주52시간제 개편에 나섰다. 주 단위로 제한한 연장근로 시간을 한달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현행법상 1주 근로시간은 40시간이며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최대 52시간이다. 연장근로는 12시간 이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연장근로를 한 달 단위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1주 평균 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을 경우 특정 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기존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을 기준으로 2주 동안 일을 많이 했을 경우 남은 2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법정근로시간 기준을 맞췄다. 변경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3개월을 기준으로 한 달 반을 길게, 한 달 반은 짧게 근로시간을 가져가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는 현재 선택적 근무시간제를 도입했다. 주52시간을 초과 근무를 하되 기준이 되는 한 달 내로 근무 시간을 줄이면 된다.
업계 종사자들이 지목하는 문제는 정산기간(평균 주52시간이 적용되는 기간)의 연장이다. 근로기준법상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의 정산기간이 원칙이지만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3개월로 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게임 개발은 연구개발에 해당해 3개월까지 정산기간을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게임업계 대표들은 최근 정부에 정산단위를 탄력근로제는 1년, 선택근로제는 6개월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업계 종사자들은 6개월 동안 짧은 기간에 집중 근무를 하고 남은 기간의 근무 시간을 줄여 평균 주52시간만 맞추면 된다. 1~2개월 동안의 집중 근무로 과로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특히 노조가 없고, 포괄임금제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중소 IT·게임기업 노동자들은 악화된 노동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산기간을 늘리면 짧은 시간동안 신작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게 하고 사업성이 없으면 권고사직하는 구조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존 게임산업이 가지고 있는 고용안전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 등대, ○○○ 오징어배 등 ‘크런치 모드(게임 개발 막바지에 밤을 새우며 작업하는 상황)’로 인해 과로하는 노동자들이 또다시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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