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주문기는 유리장벽".. 시각장애인, 햄버거집 줄 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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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점심 무렵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앞에 흰 지팡이를 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는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가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영업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조치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벌인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무인주문기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운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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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점심 무렵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앞에 흰 지팡이를 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들은 무인주문기를 만지면서 주문하려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허공에서 헛손질하기 일쑤였고, 일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서야 간신히 주문에 성공했다.
이는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가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영업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조치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벌인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유리장벽과 같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메뉴 고르기와 결제, 포인트 적립 등 복잡한 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신용카드 투입구도 찾지 못해 총체적으로 접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무인주문기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운용돼야 한다. 실제로 이어폰을 꽂으면 음성 안내를 통해 시각장애인 모드로 전환되는 무인주문기도 나와 있다. 키패드에 점자가 부착돼 음성 안내에 따라 번호를 누르면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장애인단체는 4년 전부터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무인주문기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비용 부담을 호소하면서 지난달 말 단계적으로 바꾸자는 시행령안이 나온 상태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청회에서 공개한 무인주문기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안이 ‘3년 내 단계적 적용’ 방침을 담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6월 법이 개정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시행령에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설정하면 2026년까지 3년 반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시행령안은 정당한 편의제공의 내용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서술한다”며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에 더 접근하기 좋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더라도 시행령의 좁은 해석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캠페인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의견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복지부와 함께 논의해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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