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얗게 하려다가 돌연변이 부른다..형광증백제 뭐길래
섬유·종이 등이 더 하얗게 보이도록 첨가하는 형광증백제. 세계적으로 1960년대부터 생산돼 현재 400여 개 물질이 생산·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형광증백제가 수생 생물의 성장발달을 저해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고, 사람에게도 암이나 돌연변이, 습진 등으로 유해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학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도 잘 안 돼 환경에 잔류하는 특성도 지니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는 형광증백제 사용에 대한 규제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으나 100% 사용이 금지된 것은 아니어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중국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형광증백제 노출 수준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내 먼지와 손바닥 오염 조사
연구팀은 지난해 6~7월 중국 남부 광저우 지역의 도시 주택 52채에서 실내 먼지를 수집해 형광증백제 농도를 분석했다.
또, 서로 다른 집에 거주하는 성인 45명(남성 20명, 여성 25명)의 손에 묻은 형광증백제 농도를 측정했다. 물티슈로 손을 닦아내 거기에 묻은 양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형광증백제 중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17종에 대해 분석했는데, 실내 먼지에서는 17종이 모두 검출됐다. 17종의 합계 농도는 먼지 1g당 4400~2만6600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 범위였고, 중앙값은 1만1000ng이었다.
손에서 검출된 형광증백제 양은 손바닥 면적당으로 계산했다. ㎡당으로 환산했을 때 1890~1만9300ng 범위였고, 중앙값은 2640ng/㎡이었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먼지를 통해 섭취하는 17가지 형광증백제의 양이 평균 시나리오에서는 체중 1㎏당 3.52ng이었고, 최악 시나리오에서는 7.04ng이었다. 또, 손-입(hand to mouth) 경로로 노출되는 양은 체중 1㎏당 2.71 ng이었다.
어린이의 경우 먼지 섭취를 통한 노출은 평균 시나리오에서 체중 1㎏당 하루 97.3ng이었고, 최악 시나리오에서는 195ng이나 됐다. 손-입 접촉을 통한 노출은 체중 1㎏당 하루 68.9ng이었다.
연구팀은 "먼지 섭취와 손-입 접촉을 합친 전체 형광증백제 노출량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성인은 체중 1㎏당 하루 28.1ng, 어린이는 649ng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가정환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형광증백제가 함유된 장난감이나 바닥, 가구의 표면 먼지와 자주 접촉하기 때문에 손에 묻은 형광증백제 농도가 성인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화장품·식품 등을 통한 노출은 제외했는데도 형광증백제 노출량이 유기인산 에스테르(OPE)나 폴리브롬화 디페닐 에테르(PBDE) 등 잘 알려진 다른 유해 화학물질 노출량보다 훨씬 많다"며 "세제·직물·플라스틱·종이 제품 등 형광증백제 출처를 조사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광증백제는 다양한 세제에 미백제로 첨가되고 있고, 종이의 광택을 낼 때도 사용된다. 섬유의 미백을 위해 폴리머나 직물 마감재에 첨가하기도 한다. 샴푸나 컨디셔너 등 화장품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형광증백제 생산량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1990년에 전 세계 생산량이 18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현재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수출국으로 지난 10년 동안 15만톤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규제 강화하고 있지만…
'위생용품 기준 및 규격'에 따라 세척제(과일·채소·식기 등 세척제), 헹굼 보조제, 물티슈, 화장지, 위생 물수건, 일회용 냅킨·면봉·타월·기저귀(안감)·팬티라이너 등에서도 형광증백제가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식품용 기구 및 용기‧포장 공전'에서도 종이·전분 재질의 용기나 전분을 함유한 일부 합성수지로 만든 일회용 숟가락·포크 등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강화된 규제에서도 세정제·세탁세제·표백제의 경우 포함된 형광증백제 명칭을 표시하도록 하는 등 일부 용도로는 형광증백제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반면 형광증백제 노출 실태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국내에서도 전면 금지가 안 된 만큼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얼마나 형광증백제에 노출이 되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형광증백제가 하수처리장에서도 제대로 제거가 안 되는 만큼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분석하고,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생태 독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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