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보호냐, 이상민 방패냐..행안위, 갑자기 중요해졌다

김효성 2022. 7.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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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 4일 여·야 합의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21대 후반기 의장에 선출됐지만 일주일 가량 흐른 11일까지도 원 구성 협상은 한발짝도 진전이 없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구성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는 가운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직 배분 문제까지 뇌관으로 부상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핵심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행안위원장 직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민주당)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그러면 다수당이 갖는 운영위원장 직을 여당 몫으로 줄 테니 행안위원장은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제안해도 전혀 듣지 않더라”고 말했다. 만약 사개특위 구성이나 운영위원장 배분 문제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져도 행안위원장 직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행안위는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는 상임위는 아니었다. 행안위는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과 관련된 사무를 관할하는 상임위로 쟁점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법원과 검찰을 소관 부처로 둔 법제사법위원회 문제가 워낙 컸다. 하지만 이달 초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직을 넘기기로 하고 국민의힘이 받아들이면서 이 상황은 일단락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환송을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행안위가 쟁점으로 떠오른 건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가칭)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다. 그는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 (경찰국 신설은) 정부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69석 민주당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법률(정부조직법) 개정 대신 대통령령 개정으로 경찰국을 신설하겠단 설명이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정권의 경찰 통제다. 행안위원장 직을 반드시 가져와 이 장관에게 따져 묻자”(초선 의원)는 여론이 강해졌다고 한다. 이 장관을 추궁하기 위한 질의나 자료요구 과정에서 야당 소속 행안위원장의 지원을 받겠다는 의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투력이 강한 중진 의원을 행안위원장에 배치해 이 장관를 몰아세워야 한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서 소위 ‘편파 진행’을 한 당시 야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령 수정으로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경우를 상정한 포석이기도 하다. 행안위원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상 시행령이 모(母)법 취지에 맞지 않으면 국회는 정부에 수정검토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그 전에 상임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약 행안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면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정책현장 방문일정으로 경기도 안양소년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내에선 “경찰 수사를 받는 이재명 의원을 감싸기 위한 의도”라는 말도 나온다. 이 의원은 성남FC 후원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 경찰(경기남부경찰청) 수사를 받고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경찰은 행안위 소관이기 때문에 행안위원장은 수사과정을 물밑에서 확인할 수도 있고, 수사를 견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엔 윤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엄호를 위해서도 법사위원장과 행안위원장 직을 모두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당 워크숍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행안위의 경우 1년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4년 총선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총괄하는 위원회 이기도 하다. 지역구·비례대표 정수 조정, 선거구 획정처럼 개별 국회의원의 직접적인 이해가 엮인 사안이 이곳에서 결정된다. 양 쪽 모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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