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첩보로 '北어선 살인' 파악한 靑, 북송 결정땐 軍 패싱
2019년 11월 북한 어민의 북송 사건과 관련 당시 청와대가 SI(군 특수정보)를 통해 선상 살인을 비롯한 관련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고 당시 관계자들이 11일 밝혔다. 청와대는 이러한 첩보를 근거로 어민들이 귀순의향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나포 사흘만에 이들이 귀순의사가 없다고 판단했고, 닷새만에 이들을 북측에 넘겼다.
하지만 북송 결정 과정에선 핵심 판단 근거가 됐던 SI 첩보를 생산한 국방부장관은 물론 남북 관계를 책임진 통일부장관도 뒤로 밀린 채 청와대가 의사 결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또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ㆍ미 연합자산인 SI를 통해 북송된 어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전모와 이들에 대한 북한군의 군사작전 등을 11월 2일 나포 전부터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며 “나포 이후 합동조사가 3일만에 신속히 진행됐던 배경은 미리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한 확인 절차만 진행하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 정보 수집 시점과 관련해선 “정확한 시기와 방식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나포 열흘 이상 전부터 해당 어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전말은 물론, 북한항구로의 도주, 북한군의 추격 상황 등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정확한 정보 출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당연히 해당 어선과 관련한 동향을 파악했던 건 사실”이라며 “여권은 짧은 합동조사 기간을 문제 삼지만, 이는 정부가 당시에 충분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실제 정경두 당시 국방부장관은 북한어민에 대한 북송이 이뤄졌던 2019년 11월 7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SI로 상황을 확인했고, 북쪽에서 그 사람들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도 확인하고 있었다. 10월 31일부터 작전을 수행해 11월 2일 나포했다”며 청와대 인사들과 같은 맥락의 답변을 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나 당시 국회 출석일 오후 3시에 이뤄진 북송에 대해선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강제 북송을 사전에 모르고 있었음을 알렸다. 그는 당일 오전 국방부 정보본부장의 내부 보고 때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의 첩보를 근거로 북송을 결정한 청와대가 북송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사실상 국방부를 패싱했다는 의미다.
북송이 이뤄진지 8일 뒤인 그해 11월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송과 관련 “11월 5일 북한에 (북송에 대한)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지만 북송 결정에선 통일부가 뒤로 밀린 정황을 알렸다. 김 전 장관은 “북한 선원들이 귀순의향서를 썼음에도 누가 추방을 결정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국가안보실이라는 컨트롤타워가 있다”며 “일단 안보실에서 (청와대)비서관들이 결정했다”고 답했다. 청와대 의사 결정에 관여한 부처에 대해선 “통일부와 국정원”이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합동조사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만을 받아봤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살인 등의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자필 귀순의향서를 적은 이상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며 “북송 이후 북한에서 어떻게 처벌할지 뻔히 알면서도 불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들은 돌려보내면서 인권에 대한 국제적 지탄을 자초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어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북송 통보를 한 11월 5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답방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김 위원장의 답방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리한 북송 결정을 했는지 여부가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북한 어민에 대한 북송 사건과 관련 서훈 당시 국정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다만 서 전 원장이 어떤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는지 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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