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마곡아파트 원가는 3.6억..'영업비밀' 공개하자 생긴 일

문희철, 이수민 2022. 7. 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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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LG사이언스파크를 설립했다. LG그룹 산하 9개 계열사의 연구개발센터가 이 곳에 입주했다. [중앙포토]

서울 강서구 마곡7단지아파트 109㎡(33평)는 지난해 9월 17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평당가로 따지면 5161만원이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의 토지를 조성하고 건물을 신축하는데 얼마가 들었을까.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마곡7단지아파트 분양원가를 세대수로 나누면 3.3㎡당 1090만원이었다.

분양원가는 분양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하거나 주택을 건설하는데 들어간 원가다. 건설사엔 사실상 ‘영업비밀’이었다. 특히 SH는 아파트 분양원가 산정기준이 된 구체적인 항목도 공개했다. 공정별 공사비나 간접비 등 건설원가 항목과 용지비나 이주대책비 등 택지조성원가도 공개 대상에 포함했다.

마곡지구 주요 단지 평당 분양원가. 그래픽 차준홍 기자


분양원가 공개 마친 SH, 시장 반응은


SH가 ‘속살’인 영업 비밀을 공개한 건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생각에서다. 더불어 SH 임직원이 향응·금품 수수 등으로 잇따라 논란이 되자, 시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일단 후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게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기업이 분양가를 고가로 받는다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번 분양원가 공개로 의구심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마곡지구 13개 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집값 안정화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권주안 전 주택산업연구원장은 “분양원가 공개 여부는 부동산 가격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요인”이라며 “실제로 분양가가 저렴한 신규 공급 아파트의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저렴하게 분양했더라도 분양 이후 프리미엄이 붙어 결국 주변 시세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품질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SH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와 민간아파트가 동일한 품질을 담보할 때만 SH의 분양원가 공개는 의미가 있다”며 “품질 자체가 다르고 공사내역서상 세부내용도 달라 가격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SH의 분양원가를 보고 민간 건설사·시행사가 폭리를 취하는지 논하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조언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민간 기업이 주택 사업에 동참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주민과 건설사 간 갈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했다고 해서 민간 건설사가 분양가를 낮춘다거나 부동산 가격 안정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에 영향을 주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LH는 “분양원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며, 도급 건설사의 영업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방문해 신년 업무보고를 받기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는 오 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뉴스1]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분양 원가 공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자,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내세운 정책이다. 지난해 12월 고덕강일지구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오금지구·세곡2지구·내곡지구·항동지구 등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김헌동 사장은 “강남권에서 82㎡(25평) 아파트를 건축해도 (원가가) 2억원도 안 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수도권에서 8억~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좀 망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민간 건설사가 (분양원가를) 어떻게 하는지는 우리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희철·이수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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