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주문기 더듬고 두드리고..햄버거집 긴 줄 정체는
11일 점심 무렵 서울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점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무인주문기를 이리저리 더듬어보고 화면을 두드려보지만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지 못하고 돌아서기 일쑤였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가 무인주문기 설치 확대 추세 속 시각 장애인에 대한 배려 조치가 부족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마련한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무인주문기 화면을 볼 수 없는 데다 음성 안내 메시지나 점자 안내문도 없어 한참 애를 먹어야 했다. 비장애인이라면 1~2분이면 될 일이지만 이들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주문하는데도 7분이 넘게 걸렸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유리 장벽과 같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며 “메뉴 고르기와 결제, 포인트 적립 등 복잡한 과정을 확인할 수 없고 신용카드 투입구도 찾지 못해 총체적으로 접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단체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공청회에서 공개한 무인주문기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안이 ‘3년 내 단계적 적용’ 방침을 담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6월 법이 개정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시행령에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설정하면 2026년까지 3년 반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는 “시행령안은 정당한 편의 제공의 내용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서술한다”며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에 더 접근하기 좋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더라도 시행령의 좁은 해석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캠페인 현장을 방문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한분 한분의 소중한 의견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복지부와 함께 논의해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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