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도 대중 무역 '마이너스'..수출 텃밭 흔들린다
30년간 국내 산업계의 수출 ‘텃밭’이었던 대(對) 중국 무역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출이 감소하는 조짐을 보이고, 무역수지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대중 무역 적자가 장기화할 거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11일 관세청은 이달 초순(1~10일) 기준 수출액(158억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났고, 수입액(213억 달러)은 14.1%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출입 모두 늘었지만 수입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면서 무역수지는 55억 달러(약 7조2000억원) 적자를 봤다.
특히 이달 초 중국 수출액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8.9% 감소하고, 수입액은 13.2% 늘며 8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냈다. 이달만이 아니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0.8% 줄어든 130억 달러에 그쳤다. 반면 수입액은 24.1% 급증한 142억 달러를 기록하며 12억 달러라는 ‘마이너스’ 장부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은 2분기 이후 흔들리는 모양새다. 1994년 8월 1400만 달러 적자를 본 뒤, 지난 4월까지는 꾸준히 월별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5월 수출입에서 11억 달러 마이너스 실적을 거둬 28년 만의 첫 적자가 나타났다. 6월까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7월 초까지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대중 무역수지 누적치는 아직 흑자(42억 달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하반기 중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대중 무역 흑자로 다른 나라에서 생긴 적자를 메워왔는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면 전체 교역에서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중 무역이 요동치는 데엔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제조업체의 기술력 향상에 따른 경쟁 심화,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중국의 수출이 부진을 겪은 탓에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며“현재로썬 국내 산업 경쟁력, 국제 관계 변수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영향이 있었나 말하긴 어렵고, 여러 문제가 합쳐져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올해 전체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5월 기준)로 모든 국가를 통틀어 1위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출이 줄면 당장 무역수지 적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 수익성 악화 등을 부추길 수 있다. 국내 고용·물가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 2차 전지 등 국내 업체가 상대적 우위를 보였던 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반면 원자재 수입 등 공급망 의존은 더 심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0년 중간재 수입의 19.4%를 중국에 의존했지만, 2020년엔 28.3%까지 늘었다.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원자재를 중국에 의존하는 건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물류비가 훨씬 싸게 들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려고 해도 총비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수출 감소, 수입 증가에 따른 대중 무역 적자가 장기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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