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동의 안 해도, 배우자에 주택연금 승계 가능해진다
10년 전 남편이 은퇴한 뒤 노후 생활비 마련으로 고민하다 5년 전 주택연금에 가입한 이모(68)씨. 살던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신청해 매달 1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보태 두 아들의 경제적 지원 없이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문제가 생겼다.
주택연금 가입자인 남편이 사망한 뒤 배우자인 이씨가 주택연금을 승계하려면 상속자인 두 아들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최근 실직한 큰아들이 본인 몫의 상속분을 받겠다고 나서면서다. 남편 명의의 주택 소유권 전부를 이전하지 못한 이씨는 결국 그동안 받았던 주택연금 6000만원을 주택금융공사에 상환했다. 살던 집을 판 돈은 두 아들과 나누고 그는 원룸으로 이사했다.
이씨는 “주택연금은 내가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어 걱정이 없었는데 한정된 돈을 조금씩 헐어서 쓰려니 너무 불안하다”며 “남편을 떠나보낸 충격보다 아들에 대한 미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뒤에도 법정상속인의 동의 없이 주택연금을 승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미 주택연금에 가입했더라도 담보설정 방식을 변경하면 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11일 주택연금 가입자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주택연금 담보설정 방식을 저당권이나 신탁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도입한 신탁방식 주택연금을 기존 가입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주택연금은 저당권 방식이었다. 가입자가 소유한 주택을 주택금융공사가 담보로 잡고 연금을 지급했다. 이 경우 가입자가 사망하면 주택 소유권을 배우자가 넘겨받아야 주택연금을 승계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상속인인 자녀의 동의가 필요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6월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해도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 배우자가 주택연금을 자동 승계할 수 있는 신탁방식 주택연금을 내놨다. 매달 받던 월 지급액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주택 소유권이 주택금융공사로 이전된다.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신탁방식의 주택연금의 경우) 주택연금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면 신탁종료 절차를 거쳐 상속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데, 이는 저당권 방식보다 기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며 “앞으로 가입자의 선택권 확대나 이용 편의성 강화를 위해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oi.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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