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행 코앞인데..정부 '전국민 4차 접종' 망설이는 이유 넷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직전 주 대비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자 방역 대응책을 놓고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절히 활용해 유행 상황을 조절해왔으나 현시점에선 두 가지 카드 모두 사용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국은 고위험군에 대한 4차 접종은 일찌감치 시작했지만, 전국민 4차 접종은 망설인다. 재유행이 눈 앞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추가 접종 대상을 확대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백신 접종 피로감…올가을 유행도 변수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잦은 백신 접종 권고가 국민들의 피로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전 국민의 65%가 3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전 국민 대상 4차 접종을 요구할 경우 접종 의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시작된 고위험군 대상 4차 접종률은 31.1%에 그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도 4차 접종률이 10~20%에 그칠 것”이라며 “실효성이 낮은 데 굳이 지금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유행 추이를 고려하면 시기도 문제다. 방역당국은 여름보다는 가을~겨울철 큰 규모의 유행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당장 여름철 재유행에 맞춰 전 국민 4차 접종을 해버린다면 2~3개월 뒤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점과 가을철 유행 확산 국면이 맞물릴 수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지금 맞추고 가을에 또 맞출 경우 '도대체 백신을 몇 번이나 맞출 거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BA.5, 기존 백신으로는 효과 떨어져
새로운 변이가 생겨나면서 백신 효과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도 정부가 추가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다. 화이자·모더나사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모든 백신은 초창기 코로나19 바이러스(우한주)를 토대로 개발됐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은 델타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하버드대 부속병원 연구팀은 “BA.1과 BA.2에 비해 BA.4와 BA.5는 백신이나 감염으로 얻은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감소시키는 능력이 3배 강한 것으로 관찰됐다”면서 “이는 백신 접종률이 높거나, 기존 감염자가 많은 집단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올여름 생산을 앞두고 있는 2가 부스터 백신도 BA.4와 BA.5에 대해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약사들에게 BA.4와 BA.5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 백신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지금 백신을 가지고 4차를 맞춰봐야 예방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추후 개량 백신이 들어오면 이걸 빨리 맞도록 하는 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전 세계 대부분 고위험군 대상으로 접종
마지막으로는 세계 각국의 접종 상황을 볼 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미국은 12세 이상 면역저하자와 50세 이상 연령층에 4차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은 70세 이상, 이스라엘은 60세 이상, 영국은 75세 이상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접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호주가 30대 이상으로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했지만, 실제 접종이 이뤄진 건 아니기에 접종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기존 대응체계 유지하며 고위험군 보호 중요”
전문가들은 지금은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기보다 60대 이상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서 기존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 국민 대상 확대는 이르지만, 고위험군의 경우 개량 백신이 들어오기까지 2~3달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기존 백신을 맞는 게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이라며 “이들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 필요성을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는 “머리를 맞댄다고 해도 지금까지 구축해왔던 대응체계에서 크게 벗어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의료 체계를 정비하고 요양병원·시설 등의 대면접촉을 줄여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정도가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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