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흑자 일등공신, 그 중국이 아니다..韓 울린 그들의 변신

정종훈 2022. 7.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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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간 국내 산업계의 수출 '텃밭'이었던 대(對) 중국 무역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출이 감소하는 조짐을 보이고, 무역수지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대중 무역 적자가 장기화할 거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11일 관세청은 이달 초순(1~10일) 기준 수출액(158억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났고, 수입액(213억 달러)은 14.1%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출입 모두 늘었지만 수입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면서 무역수지는 55억 달러(약 7조2000억원) 적자를 봤다.

특히 이달 초 중국 수출액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8.9% 감소하고, 수입액은 13.2% 늘며 8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냈다. 이달만이 아니다.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0.8% 줄어든 130억 달러에 그쳤다. 반면 수입액은 24.1% 급증한 142억 달러를 기록하며 12억 달러라는 '마이너스' 장부를 기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중 무역은 2분기 이후 흔들리는 모양새다. 1994년 8월 1400만 달러 적자를 본 뒤, 지난 4월까지는 꾸준히 월별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5월 수출입에서 11억 달러 마이너스 실적을 거둬 28년 만의 첫 적자가 나타났다. 6월까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7월 초까지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중 무역수지 누적치는 아직 흑자(42억 달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하반기 중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대중 무역 흑자로 다른 나라에서 생긴 적자를 메워왔는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면 전체 교역에서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수입 상황도 안 좋은 만큼 이대로 가면 전반적인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중 무역이 요동치는 데엔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제조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에 따른 경쟁 심화,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중국의 수출이 부진을 겪은 탓에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현재로선 국내 산업 경쟁력, 국제 관계 변수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영향이 있었나 말하긴 어렵고, 여러 문제가 합쳐져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올해 전체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5월 기준)로 모든 국가를 통틀어 1위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출이 줄면 당장 무역수지 적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 수익성 악화 등을 부추길 수 있다. 국내 고용·물가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 2차 전지 등 국내 업체가 상대적 우위를 보였던 산업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반면 원자재 수입 등 공급망 의존은 더 심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0년 중간재 수입의 19.4%를 중국에 의존했지만, 2020년엔 28.3%까지 늘었다.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원자재를 중국에 의존하는 건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물류비가 훨씬 싸게 들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려고 해도 총비용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수 있다"라며 "수출 감소, 수입 증가에 따른 대중 무역 적자가 장기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6.8%, 2019년 25.1%, 2020년 25.9%, 2021년 25.3%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내수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에 따른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최근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라고 발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고심은 크다. 최 수석의 발언에 '탈(脫)중국' 논란이 불거지자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시장이 어떤 색깔, 이념인지 먼저 걱정하지 않고 비즈니스 할 기회만 본다. 중국을 손절하는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관계자도 "중국 내 한국 제품의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은 마땅한 '처방'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유럽·인도·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나 제품 고급화·차별화 같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강하게 육성하고 있다"며 "똑같은 기술이라도 여러 기술을 융복합해서 새로운 기능을 만들거나 디자인 등에서 특색을 주는 등 차별화해야 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폴더블 디스플레이처럼 차세대 먹거리를 계속 개발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인교 교수는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자재 수입 문제가 중요하니 정부가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글로벌 협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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