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혼타스 공유' 뒤 글 멈췄다..나흘째 조용한 이준석 고민

심새롬 2022. 7. 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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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진술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다변이자 달변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나흘째 조용하다. 자주 출연했던 방송 인터뷰는 물론, 하루에 몇 건씩 썼던 페이스북 글도 영화 ‘포카혼타스’ OST 공유를 마지막으로 이틀째 잠겨 있다. 왜 일까. 이 전 대표 주변에선 '정중동의 행보'라고 했다. 당내 측근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 대표가 주변 법률 전문가들과 가처분 신청 여부 등을 포함해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의 경우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보고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뽑아들 가능성이 있는 가처분은 일종의 ‘임시 판단’을 구하는 민사 소송의 한 절차다. 긴 시일 동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본안 소송과 달리 통상 한 달 이내에 법원 결정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기 전부터 신속한 상황 구제를 위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카드를 검토해왔다. 만일 이 대표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이 대표의 당무 즉시 복귀가 가능해진다.


①당권 박탈, 회복 가능한 손해인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후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국민의힘 대표의 주차자리가 비어있다. 김상선 기자

가처분 효력을 본 가까운 예는 지난 2020년 12월 1월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이다. 당시 윤 총장은 오후 4시 30분쯤 법원이 ‘검찰총장 직무정지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밀린 일이 많다. 옷만 입고 바로 출근하겠다”며 40분 뒤 곧바로 대검찰청에 출근했다.

당시 재판부는 “직무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은 금전보상으로도 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하며, 신청인이 향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손해가 회복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이 대표 역시 6개월간의 직무 배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는 데 논리 구성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 측근 변호사는 통화에서 “당대표는 월급을 받는 자리도 아니다. 권한 행사가 더 중요한 자리”라며 “이번 징계로 이 대표는 향후 공천 등 정치활동에서도 돈으로 산정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손해의 회복 불가능성 인정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②윤리위 과정·내용 문제 있었나


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 관련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뉴스1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가처분 인용의 또 다른 주요 쟁점인 ‘본안 승소 가능성’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소송 진행으로 인한 원고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 승소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한 국내외 판례가 수두룩하다.

물론 이 대표 측은 “당 대표의 ‘징계 처분권’이 묵살되는 등 절차적 문제가 명백하다” 등의 이유로 소송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윤리위가 당헌·당규에 따라 징계 개시(4월 21일)→참고인 진술 청취(6월 22일)→당사자 소명 청취(7월 7일) 등 일련의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 성 상납 여부가 아닌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했다는 점 등은 가처분을 신청하려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정황일 수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 대표 본인이 윤리위 절차를 인정하고 수용하지 않았나”라면서 “‘의혹을 직접 소명하겠다’고 적극 대응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③최후의 반격에 여론 호응할까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당내외 여론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미 혼란 수습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 대표가 법적 대응이라는 최후의 갈등 카드를 꺼내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을 더 크게 질 것’이란 시각이 제기된다. 이미 당 안팎 중진들이 “가처분으로 대처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홍준표 대구시장), “가처분 신청은 해도 본안 소송은 하면 안 된다”(조해진 의원)고 공개 우려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가처분 신청이 난무해 정치권 전체가 ‘가처분 정국’이라는 지탄을 받은 일도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체제’에 동의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 중진회의 참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직후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청년층을 위한 정책개발과 혁신적 시도에 앞장섰다”며 “직무가 정지됐지만 당의 혁신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어느 자리에 있든 혁신의 길에 함께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공개석상에 나와 똑같은 메시지를 반복해봤자 결정적 반전을 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일단 참고 숨어서 상황을 보는 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이날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제가 어제 확인했다"며 "이 대표가 당분간은 과도한 언론 노출이나 상대방을 지목해 비난하는 SNS 등은 자제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여론 추이를 살펴보면서 태도를 정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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