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신문 안한다" 재판부에 피해자 유족 기피 신청

박성영 2022. 7. 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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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고(故) 박남선씨와 고(故) 박남훈씨 유족이 '고문 기술자' 이근안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담당 재판부가 피고 이근안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기각하는 등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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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고(故) 박남선씨와 고(故) 박남훈씨 유족이 ‘고문 기술자’ 이근안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담당 재판부가 피고 이근안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기각하는 등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허명산) 구성법관 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담당 재판부는 지난 8일 2차변론기일에서 원고 측이 신청한 피고 이근안 등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기각하고, 과거 기록을 참고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사건기록만으로 국가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 증인 및 당사자 신문의 필요성이 없고, 민사소송은 원고의 알 권리와 무관하다”고 했다.

유족 측은 이에 “재판부가 핵심 증거신청을 기각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구두로 기피신청을 했고, 이후 기피신청 이유와 소명 방법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유족 측은 “재판부가 과거 기록만 갖고 재판하겠다는 태도”라며 “피해자들이 사법절차를 통해 정신적 피해를 치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배상금만 주면 그만이라는 기계적·관료적 태도로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론기일에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이 구두로 기피신청을 했음에도 재판부는 변론종결의 소송절차를 진행했다”며 “피고 이근안에게는 원고 준비서면 중 일부가 변론기일 당시 아직 송달되지 않았음에도 변론을 종결했다. 이 점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피해자 박남선씨는 1965년 서해 함박도에 조개잡이를 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1978년 간첩 혐의로 체포돼 기소, 1심에서 징역 15년을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이 형량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박남선씨는 이근안으로부터 고문을 받아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형기를 채우고 만기 출소한 박남선씨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2005년 사망했고, 그의 간첩활동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박남훈씨도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2019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 끝에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무죄를 선고받아 4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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