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 차별화' 尹의 도어스테핑, 송옥렬 사퇴 다음날 멈췄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잠정 중단했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공동) 취재도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변인의 브리핑 역시 가급적 서면 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 중에도 감염자가 속출함에 따라 당분간 윤 대통령과의 직접 접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대변인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별도 질의응답 없이 출근했다.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5월 11일 처음 시작해 이달 8일까지 24회 진행한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정부를 전 정부와 차별화하는 상징 중 하나였다. 소통 확대를 공언해온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으로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공지는 대통령실의 일방 통보에 가깝다. 전날까지만 해도 풀 기자단을 구성해 도어스테핑을 이어가겠다고 공지했고, 실제 풀 취재단(3명)도 꾸려졌다. 그러다 이날 오전 일찍,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취소하겠다고 알려왔다. 당장 “자가검사 키트로 음성이 나온 기자 몇 명이 멀찌감치에서 질문하는 것도 문제가 되느냐”, “출근하는 모습조차 카메라에 못 담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의가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이 날은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한 바로 다음 날이다. 대통령실은 코로나 19 방역을 이유로 들지만, 장관(급) 후보자의 추가 낙마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게 뻔한 날 공교롭게도 질의응답을 중단한 것이다. 그간 인사 문제는 도어스테핑 때 윤 대통령의 거친 발언과 함께 지지율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실제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0%(부정 응답 57.0%, 6.8%p↑)로 전주 대비 7.4%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8~9일 한 조사(1002명 대상)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34.5%(부정평가 60.8%, 8.9%p↑)로 8.3%포인트 하락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은 정말 좋은 정책이고, 이어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단일 기자실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선제적 조치를 하자는 경호처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해, 대변인실은 오후 다시 공지를 내고 “현재 대통령실 출입기자 중 1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8명이었다가 반나절만에 3명이 늘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위중한 상황”이라고 비상 상황임을 거듭 강조했다.
도어스테핑에 대한 평가는 빛과 그림자가 뚜렷한 편이다.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적극적인 소통으로 새로운 대통령상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민감한 현안에 대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인사 문제를 두고 전 정부와 비교하며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6월 8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7월 5일)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또 김건희 여사를 지원할 부속실 신설 문제를 두고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6월 15일)이라고 한 것이나,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제 유연화 발표에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6월 24일)라고 한 것 등도 발언 의도와 무관하게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메시지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 전에 윤 대통령에게 예상 질문에 맞는 모범 답안을 전달하곤 하는 데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도어스테핑을 유지하더라도, 그 횟수를 줄여나가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 지난주 도어스테핑을 좀 자제하는 게 어떻겠냐는 당내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대통령실에 전달했는데 아직 답을 듣진 못했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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