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도 낀 빌라 136채 전세사기..298억 등친 희대의 세모녀
서울중앙지검이 100명이 넘는 임차인을 속여 300억원 가까운 전세금을 가로챈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의 주요 피의자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무자본 ‘갭 투자’(집값·전세값 차가 적은 주택을 매입한 뒤 전세금을 올려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으로 빌라 등 수백 채의 다세대주택을 취득한 뒤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금을 매기는 ‘깡통 전세’ 수법으로 세입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갭투자자·분양업자 공모해 보증금 부풀린 뒤 가로채
검찰에 따르면 주범 김씨와 분양대행업자 대표 A씨, 분양팀장 B씨는 건축주에게 줄 금액(입금가)에 자신들이 나눠 가질 ‘리베이트 금액’을 얹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높게 산정했다. 이후 업자들은 분양가를 부풀린 사실은 숨긴 채 공인중개사를 통해 실분양가보다 높은 전세가로 임차인들과 계약하는 수법을 썼다. 빌라 소유권까지 취득한 김씨는 이후 136채의 빌라 소유권을 자신의 30대 두 딸 명의로 이전하기도 했다.
분양대행업체 대표 A씨와 분양팀장 B씨는 김씨와 함께 총 136회의 범행 중 각각 95회와 26회를 공모했다. 검찰은 또 다른 분양팀장 두 명과 김씨의 두 딸은 각각 사기와 부동산실명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초 경찰은 세 모녀만 불구속 송치했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세 모녀와 분양대행업자들 간 공모관계가 밝혀졌고 피해자도 85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서민들 최근 3년 전세금 1.6조 떼였다…대검 “구속수사”
대검에 따르면 세 모녀 전세금 사기 사건뿐만 아니라 2019~2021년 8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총 8130건, 피해액은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고의 약 89%가 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로 분석됐다. 검찰은 “서민과 2030 청년들이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과 주거지를 상실하게 돼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보게 된다”고 봤다.
이에 대검은 이날 전국 검찰청에 전세보증금 사기 엄정 대응 지시를 내렸다.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은 “피해자를 계획적이고 적극적으로 속인 범죄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구속수사 하겠다”며 “전세금이 피해자의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피해 회복 여부 등을 고려해, 만약 법원 선고형에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항소하겠다”고 설명했다. 범죄자의 은닉재산을 추적해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방안도 언급됐다.
허위매매 반복해 거래가 부풀리는 유형도
대검이 사례로 든 전국 전세 사기 범죄에는 명의 대여자들을 동원해 허위 매매를 반복, 등기부상 거래가액을 부풀린 후 세입자에게 실거래가를 속여 높은 전세를 받아 내는 경우(인천지검) 등이 포함됐다.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이 갭 투자만으로 여러 다세대 주택을 취득, 전세금을 돌려막거나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한 사례(대구지검)도 있었다.
황병주 부장 검사는 “전세보증금 사기의 경우 개인 간 계약 위반인지 여부에 따라 민사와 형사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엄단이 안 된 경우가 있었다”며 “만약 사전 설계된 형사 사건인 게 명확해질 경우 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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