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후보 "과도한 집단행동 자제를"..현장선 "선긋는거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일부 경찰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 후보자는 11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올린 ‘경찰청장 후보자 서한문’을 통해 “국민께서 과도하다고 느끼는 방식의 의사 표현이나 집단적인 행동은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장 동료들께서 염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국민안전 확보’와 ‘법질서 수호’라는 경찰의 사명을 되새겨주고, 의사 표현 또한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도록 정제된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하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윤 후보자의 입장이 나온 이날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인천경찰청 소속 지역경찰관 7000명이 참여하는 단체 마스크 시위가 예고된 날이었다. 경찰 노동조합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릴레이 삭발식과 단식 등 산발적 단체행동이 대규모 집단행동을 비화될 위기였다. “법 집행자인 경찰의 단체 행동은 부적절하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행사는 취소됐지만 자제를 요청하는 윤 후보자의 글은 뒷말을 낳았다. 윤 후보자는 전날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은 윤 후보자는 자가격리 중에 이같은 글을 썼다.
댓글에 “행안부 장관 서한문 같다” 비판
윤 후보자의 집단행동 자제 요청에도 댓글엔 “마치 행안부 장관 서한문 같다”는 반응이 여럿 달렸다.“경찰국 신설을 수용하는 분위기로 느껴진다”“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라거나 “삭발하시는 분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뿐”“직협 선배들이 하는 집단행동은 경찰 조직을 위한 대의”라는 윤 후보자에게 비판적인 댓글이 주종이었다.
후보자 신분에서 서한문을 발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댓글도 있었다. 윤 후보자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반발성으로 삭제하는 행위가 릴레이처럼 이어지기도 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이번 주가 중요한데 경찰청장 후보자가 일선 경찰관들과 ‘선을 긋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지휘부는 지난 5일 지명된 윤 후보자를 구심점으로 내부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국장급 간부들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3일까지 각 시도경찰청을 찾아 현장 직원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선 모습이다.
윤 후보자도 지난 7일과 10일 두 차례 김순호 인사청문준비단장을 세종시로 보내 이날로 단식 7일 차에 접어든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직협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윤 후보자와 직협 측의 면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윤 후보자 역시 이날 서한문에서 “앞으로도 현장 의견을 빠짐없이 경청하고 행안부 실무협의체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할 테니 본연의 역할에 매진해달라”고 했다.
이상민 장관 “직협, 일부 정치세력 주장에 편승”
다만 경찰 지휘부 내부에서도 직협의 행동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직협의 다른 간부급들 사이에서 ‘제복’ 입은 단체행동에 대해 우려의 의사가 교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직협이 일부 정치 세력이 주장하는 데 편승하는 주장만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의견은 가감 없이 들어 행안부와 협의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의사 표현 방식은 공무원인 만큼 정제된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 호소에도 직협은 종교계와 연대하며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대국민 호소’에 돌입한다.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국 신설 추진 반대 의식으로 삼보일배하고, 14일에는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 및 피켓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행안부는 오는 15일 경찰국 신설을 포함해 ‘경찰제도개선’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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