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80% "올해 4명 뽑겠다"..가장 필요한 인력은 '생산직'

고석현 2022. 7. 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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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 취업게시판에서 채용정보를 살펴보는 취업준비생 모습. 뉴스1

“중소기업이라도 발전가능성이 있고, 제 미래계획과 일치한다면 당연히 입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요즘 중소기업 채용공고를 보면 제가 원하는 직무는 뽑지 않아서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공정설계 연구개발 분야의 취업을 준비하는 A씨(28)는 최근 중소기업 취업까지 눈을 돌렸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는 건 수월치 않다.

기업 입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57%는 현재 인력이 부족하고, 10곳 중 8곳은 올해 2030 인력의 신규채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일자리가 다른 ‘미스매치’가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을 방해하는 것이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참 괜찮은 중소기업’에 등재된 우수 중소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채용동향 조사’를 진행한 결과, 76.6%의 중소기업이 올해 신규인력을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계획한 올해 채용 인원은 평균 4.3명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세부적으로 중소기업에 필요한 인력은 ‘생산’ 직무에 몰려있었다. 올해 채용계획이 있는 직무를 물은 결과 ▶생산(44.9%) ▶연구개발·생산관리(36.7%) ▶국내·외 영업 및 마케팅(2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생산’이 68.6%에 달했다.

구시대적인 채용방식도 중소기업이 우수한 인력을 뽑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응답 기업의 82%는 채용절차에 ‘서류 전형’(자기소개서·증명서·과제제출 등)을, 40.9%는 ‘면접 전형’(발표·토론·심층 인터뷰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나 ‘AI(인공지능) 면접’ 등 별도의 검증 수단을 활용하는 기업은 0.8%에 그쳤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청년구직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에서 구직자 61.8%는 “현재 서류·면접 위주의 채용 시스템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청년 구직자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서류·면접’ 채용 시스템이 여전히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채용절차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 인재의 중소기업 입사 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발전된 채용절차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구직자 10명 중 7명 “중소기업 취업도 고려”


그래도 긍정적인 건 2030세대에서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 결과 청년구직자 10명 중 7명(73.4%)은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워라밸’(일과 여가 균형)이 보장되기를 원했다. 구직 시 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으로 ‘일과 여가의 균형 보장’(33.2%)이 가장 높았고, ‘임금만족도’(22.2%), ‘건강한 조직문화와 사내 분위기’(1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이 구직자들에게 기업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중소기업의 92.2%가 인재 채용 때 쉽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시중 ‘채용사이트’에 의존하고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채용사이트 대부분은 일방적 자료나열식이다.

정작 취준생들은 중소기업에 들어가고 싶어도 ‘기업정보 입수’(29.4%,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가 어려워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조직문화, 기업 안정성, 근로조건 등을 상세히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단순히 회사 규모 문제만은 아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처우가 좋거나 비전이 있다면 구직자들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생산직으로 일을 시작하더라도 커리어 개발을 통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이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도 산업·직종별 필요한 인력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 등 정책적 지원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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