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침마당 안보시지'..TV가 80대 살렸다, 파주 신박한 실험
지난해 12월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에 홀로 사는 84세 A씨의 건강 이상을 감지한 파평면 복지팀은 급히 A씨의 집을 찾아 쇠약해진 그를 문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진단은 급성패혈증. 때를 놓치지 않고 이송된 덕에 A씨는 입원 치료를 받고 회복할 수 있었다.
A씨가 고독사를 면할 수 있었던 건 파평면이 전국 최초로 실행중인 ‘똑똑 TV 프로젝트’ 덕분이다.TV 시청률 파악 장비를 이용해 노인들의 건강 이상 신호를 체크해 응급 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지역 복지시설은 행복마을관리소의 지킴이가 지역 노인 가구의 TV가 아침에 꺼져 있거나 2시간 이상 채널이 변경되지 않는지를 실시간 체크한다. 빨간빛 경고등이 켜져 이상이 감지되면 지킴이는 1차 전화로 안부를 확인한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노인 가구를 즉간 방문해 특이사항 유무를 확인한다.
파평면은 이같은 방법을 치매 조기 대응에도 활용하고 있다. 재방송을 시청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노인에겐 치매 조기 진단을 유도하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 3월엔 파평면은 ‘똑똑 TV 모니터링’을 통해 장파리 홀로 사는 77세 B씨가 TV 재방송만 반복해 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찾아가는 치매 검사 서비스로 인지저하를 상태를 확인한 파평면은 B씨를 파주시 치매안심센터에 연결해 치매 조기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결국 B씨는 파평면의 도움으로 최근 요양원 입소를 위한 장기요양등급 인증까지 받았다.
━
━
“어르신 64%가 TV 시청으로 여가생활 보내는 점에 착안”
이같은 프로젝트는 날이 갈수록 고령화되는 파주시의 노인복지를 고민하던 조동준 기획팀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조 팀장은 “어르신 64%가 TV 시청으로 여가생활을 보내는 점에서 착안했다”며 “평소 TV 시청 패턴을 분석해 거부감과 사생활 침해 없이 어르신들의 치매와 고독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3829명의 파평면은 파주시 내에서도 고령화가 심한 지역이다. 주민 평균연령은 54세로 전국 평균연령 43세보다 11세가 많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 주민 3명 중 1명(35%)꼴이다. 조 팀장은 “지난 2020년 3명 출생, 56명 사망에 이어 지난해엔 3명 출생, 50명 사망을 기록한 파평면은 출생보다 사망이 10배 이상 많은 파주시 유일의 인구소멸 고위험 마을이다”며 “이런 아이디어에 착안해TV 시청률 집계기관에 협의한 결과 이 제도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
파주시, TV 시청률 집계기관·KT 협조
‘고독사 ZERO(제로) 프로젝트’로도 불리는 이 사업은 TV 시청률 집계기관인 ATAM 및 지역 사회단체들의 협조가 있어 가능했다. KT 파주지점도 통신료 할인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해 7월 경기도의 행복마을관리소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예산도 확보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사업의 관리를 받는 홀로 사는 노인은 30명. 파주시는 9월부터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50명의 신청자를 추가 모집한 상태다.
파평면의 사업은 고령화 문제로 고심하는 타 지자체의 관심도 받고 있다. 최근 충남 당진시와 파주시 금촌3동이 이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조 팀장은 “지난 4월엔 파평면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0%가 만족을 표했다”며 “파평면은 지난해 9월 KT, ATAM 협업으로 예산 4000만원도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파주시는 2020년 12월 이미 TV 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모델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쳤고 TV 시청기록 분석을 통한 치매 조기진단 시스템에 대해서도 특허를 출원해 뒀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수홍 "난 죽어야한다고 자책…산 올라간적도 있었다"
- 토트넘 선수단, 한국 땅 밟자마자…형광 티 입고 여기로 갔다
- "역대급 관크, 돌아버릴 것 같다"…영화 관객 분노 부른 알람 정체
- 맨몸으로 음주운전 차량 막아세웠다...'빨간 티' 남성들의 정체
- ‘중독일까?’ 게임 걱정하는 양육자 위한 가이드
- 여고생 여친과 성행위 찍은 남고생…무죄→유죄 뒤집힌 이유
- '동방불패' 여배우 1800억 초호화집 불탔다…이혼한 전 남편의 선물
- [단독] "공무원 피살 감청한 군, '7시간 녹음파일' 원본도 삭제"
- "문 때문에 이혼" "집에 불났다"…양산 사저 집회 이유 '황당'
- '1일 1마스크팩' 배신...냉장고 보관한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