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죽음이 남긴 한·일 '셔틀외교' 복원..尹 '조문 외교' 본격화

정진우 2022. 7. 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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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총기 피살 사건이 한·일 양국 간 최고위급 교류를 추동하는 기폭제가 되는 모양새다. 의도치 않은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핵심 요소인 ‘셔틀 외교’ 정상화의 계기가 된 셈이다..


아베 사망에 尹 '조전→조문→사절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에게 조전을 보낸데 이어 조만간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일본에 파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를 추모하고 위해 ‘조문 사절단’을 구성에 일본에 파견할 예정이다. 사절단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최고위급 인사로 구성된다. 윤 대통령의 직접 방문은 어렵기 때문에 사절단을 통해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의 뜻을 전하고 예우를 갖추려는 차원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는 유족과 일본 국민을 위로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며 “일본 측의 추도 일정이 확정되면 사절단이 파견돼 윤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총기 피격이 발생한 지난 8일엔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恵) 여사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또 사절단 파견과 별개로 조만간 주한일본대사관 측이 마련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조전→조문→사절단 등 다각도로 이뤄지는 이같은 추도 일정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인수위원회 시기에 윤 대통령이 한·일 정책협의단을 파견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보낸 것이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추도 일정은 양국 관계와 신뢰를 회복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란 말처럼 일본이 국가적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이를 위로해주는 건 이웃 국가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언 듣고자 했는데…", 박진 방일 조율중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박진 외교부 장관은 11일 오전 정부 주요 인사 중 가장 먼저 분향소를 찾아 아베 전 총리를 조문했다. 박 장관은 조문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서 오늘 조문을 왔다”며 “이번에 만약에 일본 방문이 이루어지면 아베 전 총리를 만나 뵙고 여러 가지 좋은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조문에 나설 예정이다.

박 장관이 언급한 방일 일정은 당초 지난달 추진됐으나, 한·일 외교장관 회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방문 시점이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다만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는 돌발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일본의 추도 일정 이후로 방일 일정이 재차 미뤄질 수도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1일 내신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일본을 방문해 한일 관계 개선 및 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이날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만약에 일본 방문에 이뤄지면 한·일 간 여러 가지 현안 문제들, 그리고 양국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일 간 누적된 여러 현안 중 박 장관은 특히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장관은 “일본에서는 지금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韓 템포 너무 빨라, 속도 조절 필요"


다만 일각에선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이 ‘유훈 정치’로 이어질 경우 한·일 관계, 특히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강경한 일본의 입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말 2기 집권을 시작한 이후 내부적으론 우경화 드라이브를 걸었고, 한국에 대해선 강경 일변도의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과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의 경우 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기시다 총리 역시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던 만큼, 조속한 협의를 원하는 한국과 숙의 과정이 없는 해결책을 경계하는 일본의 온도 차가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일본은 지나치게 빠른 템포로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윤석열 정부에 가뜩이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 아베 전 총리 사망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한국이 ‘서둘러 관계를 회복하자’고 다그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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