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만 아베였지, 히키코모리 범죄였다"..주목받는 日골병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의 범행 배경과 관련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더 디플로맷은 “정계 최고위급 인사가 살해됐다는 점이 조명을 받고 있지만, 이번 범행은 일본에서 발생해온 ‘외로운 늑대형’ 살인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며 “히키코모리 증후군의 나라인 일본에선 많은 사람이 사회‧경제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드물게 범죄를 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번 사건도 범인이 20~40대의 젊은 남성이며, 무직 또는 직업적 전망이 나쁜 상황에서 사회에 불만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야마가미는 어린 시절 부친이 사망한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성인이 된 이후 타인과 교류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마가미가 가장 최근에 한 일은 창고에서 지게차로 짐을 나르는 것이었는데, 당시 동료들은 “그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차 안에서 혼자 점심을 먹었고 가까이 지내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년 6개월가량 근무하다 지난 5월 퇴사 처리됐다. 로이터 통신은 “야마가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나라(奈良)현의 월세 3만5000엔(약 33만원) 정도를 내는 작은 아파트에서 생활해왔다”며 “그는 외톨이처럼 지내며 이웃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장기불황이 시작된 1990년대 초 이후 많은 청년이 히키코모리가 됐다. 사회적 고립 속에 놓인 이들에 의한 강력 범죄도 종종 발생해왔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도(東京都)의 전동차 게이오선 고쿠료(国領)역에서 칼부림과 방화를 저지른 핫토리 교타(服部恭太·25)도 일자리 문제와 고립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미국 할리우드 악당 캐릭터 조커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야마가미는 최근 경찰 진술에서 “정치적 신념에 의한 범행은 아니었다”며 모친에게 거액을 기부하게 하여 집안을 파산하게 만든 한 종교 단체의 간부를 살해하려 했으나, 잘 안 돼서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야마가미의 모친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자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베 전 총리를 노린 범인의 비약은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사회적 단절이 범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환경에서 반사회적 정보를 학습하다 보면 피해의식을 포함한 편파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1일 통일교 측은 성명을 통해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는 가정연합에 속한 신자가 아니며, 과거에도 본 연합에 가입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만 “용의자의 모친은 월 1회 가정연합의 교회 행사에 참석해왔다”고 밝혔다.
통일교는 “아베 전 총리가 본 연합에 영상연설을 보냈다는 이유에서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용의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정 내에 이해하기 어려운 성장 과정을 거쳐 발생한 극단적인 사건이기에 절차에 따라 사법기관에 의해서 용의자의 범행동기가 명확히 조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통일교 일본교회 회장 다나카 토미히로는 “용의자의 범행 동기나 헌금 문제에 관해선 경찰이 수사 중이라 언급을 피하겠다”며 “경찰 요청이 있으면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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