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떼 정부, 7조 예금 인출 차단"...中허난성 유혈사태 무슨일

박성훈 2022. 7. 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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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중국 정저우시 인민은행 앞에서 예금 지급 정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이 ″허난 정부의 부패와 폭력에 항의한다”, “40만 예금주들의 꿈이 짓밟혔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트위터 @Qwaszx179730654 캡쳐]

중국 허난성(河南省) 지역 은행에서 예금 지급이 정지돼 이에 격분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예금 규모만 400억 위안(약 7조8000억원)으로 피해자는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공안(경찰)의 과도한 시위 진압으로 유혈 사태까지 발생했다.

“허난성 정부와 흑사회 폭력조직 결탁, 예금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 반대한다”
10일 오전 5시(현지시간) 중국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시(鄭州市) 인민은행 앞에 각지에서 올라온 3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허난 정부의 부패와 폭력에 항의한다”, “40만 예금주들의 꿈이 짓밟혔다”, “방문도, 사건도, 조사도 다 막았다”, “인권과 법치를 요구한다”며 긴 현수막을 들고 잇따라 구호를 외쳤다. “정부가 피해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막기 위해 흑사회(중국 지하폭력조직의 은어)와 결탁했다”거나 “도적 떼”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가방을 멘 학생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임산부,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까지 있었다.

사복 경찰들이 집회 현장 가운데로 진입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트위터 캡쳐]

이들의 집단행동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통해 중계됐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진과 영상이 삭제됐고 중국 정부의 관할이 아닌 트위터를 통해 현장 상황이 다시 전파되고 있다.

영상에 따르면 집회 시작 후 약 3시간 뒤 중국 공안이 해산을 위해 투입됐다. 경찰이 현장을 에워싸고 봉쇄한 가운데 흰색 상의를 입은 사복 경찰들이 현장 한가운데로 진입했다. 시민들은 물병을 던지며 항의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사복 경찰들은 시민들을 잇따라 끌고 나갔고 이에 저항하자 머리와 몸을 구타하며 버스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실신했고 한 시민은 눈을 맞아 피를 흘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만 중앙통신은 지급 중단 사태가 발생한 곳은 허난성 4개 지역은행이라고 전했다. 이 은행들은 연이자 4.1~4.9%로 비교적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해 예금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중순부터 예금 지급 중지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실신했고 한 시민은 눈을 맞아 피를 흘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트위터,웨이신 캡쳐]

급기야 지난달 중순엔 예금 인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으로 직접 찾아가려는 시민들의 휴대폰 건강 코드가 적색으로 바뀌어 외출이 강제로 통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예금주들은 정부와 은행이 항의 사태를 막기 위해 코로나 건강 코드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허난성 금융당국과 공안이 11일 오전 조사 상황을 긴급 발표했다. 당국은 “범죄조직이 은행 지분 확보와 임원 조작 등을 통해 자금을 불법으로 빼돌린 정황을 확인했다”며 “관련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자산을 압수해 동결했다”고 밝혔다.

허난성 금융당국은 뒤늦게 4개 은행에 대한 자금 처리 방안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보 캡쳐]


그러나 피해자들이 예금을 돌려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명보는 “중국의 현행법상 예금자가 돈을 돌려받으려면 수사, 기소, 재판의 전 과정을 거쳐 최종 형사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금액과 당사자의 배상 책임까지 마무리되려면 마라톤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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