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곤죽'에 깜짝 놀란 청소년들이 새긴 여덟글자 [정수근의 우리 강 이야기]

정수근 2022. 7. 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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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녹조 낙동강과 황강의 생명들을 탐사하다

[정수근 기자]

 합천창녕보 바로 상류의 심각한 녹조. 강 가득 녹조가 들어찼다. 녹조곤죽의 강이다. 7월 10일 드론 촬영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와, 완전 녹색이네요... 녹색 페인트를 뿌려놓은 것 같아요. 냄새가 너무 심해요."

낙동강의 모습을 보고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가 말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찾은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우산리 어부선착장 앞에서 본 강물은 온통 녹색이었다. 마치 녹색 페인트를 낙동강에 마구 들이부은 듯한 모습이었다.

녹조는 켜켜이 쌓여 녹조라떼를 넘어 녹조곤죽 상태였다. 막대기로 마구 휘저어도 강물을 목격하기 어려울 정도로 녹조는 깊이 쌓여 있었다. 지오스민이란 남조류가 내뿜는 물질로 인해 특유의 악취도 났다. 

직접 녹조물 수질분석을 해보니, 낙동강 5~6등급

"자, 여러분들에게 비닐장갑을 하나씩 나누어줄 거예요. 꼭 장갑 낀 손으로 녹조를 만져보세요. 녹조에는 독이 들어 있어요. 알았죠? 그리고 녹조를 한 컵씩 떠서 그걸로 이 자리에서 수질분석을 해볼 거예요. 그러니 조심해서 물을 떠보세요. 절대로 맨손으로 녹조를 만지면 안돼요."
  
 녹조곤죽 낙동강 앞에서 낙동강 탐사대 대원들은 강에 가까이 다가서기가 망설여진다. 수질조사를 위해 겨우 물을 한 컵 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현장 해설을 맡은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말했다. 그의 설명 때문인지 강 가장자리로 내려선 아이들은 선뜻 강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겨우 몇몇 아이들만 강가로 다가서서 녹조를 한 컵 떠왔다. 그 물로 이날 아이들은 수질분석의 한 도구인 COD 분석을 했다. 시약에 녹조 물을 넣은 뒤 시약 색 변화를 통해 현재 낙동강 수질이 몇 등급인지 확인을 해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열심히 간이키트 시약에 녹조 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5분 정도 흐르길 기다린 뒤 간이키트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폈다. 시약은 대부분 옅은 회색빛으로 변했다. 그것을 대조표와 비교해 수질 등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이키트를 이용한 수질분석. 이번 수질 조사에서 낙강강의 수질은 5~6등급으로 측정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대원들은 현재 낙동강 수질이 5~6등급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등급은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없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강물 색깔만 녹색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수질까지 심각하게 오염되었음을 아이들이 확인한 것이다.

이것이 흐르지 않는 강의 비극이자 현실이다. 그렇다면 흐르는 강의 모습은 어떨까? 대원들은 점심을 먹은 후 합천창녕보 바로 1㎞ 하류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황강으로 향했다.

살아있는 황강에서의 물놀이

전날 비가 좀 왔기 때문인지 황강에 강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다. 대원들은 황강으로 접근했다. 가까이서 본 황강은 비 때문에 약한 탁했을 뿐 녹조는 전혀 없었다. 지척의 두 강인데 그 모습은 천양지차였다.

낙동강에서 쭈뼛쭈뼛하던 모습과 달리 아이들은 거침없이 황강으로 향했다. 들어가서 황강과 하나가 되어 그냥 흘렀다. 허리에서 가슴부위 정도까지 수위가 올라왔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멱을 감기 시작했다.
 
 황강에서 신나게 멱을 감고 있는 낙동강 탐사대 대원들. 한 마리 물고기와 같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황강에서 신나게 멱을 감고 있는 마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치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황강을 이리저리 유영하는 듯했다. 물장구를 치고, 옆의 아이에게 물을 뿌리고 인간띠를 만드는 등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황강을 즐겼다. 황강이란 자연과 하나가 된 조화롭고 평화로운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아이들이 강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물과 놀 수 있도록 어른 여럿이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았다. 
황강과 함께 신나게 논 후 대원들은 수서곤충과 물고기 채집에 나섰다(물고기 채집 후 관찰한 뒤 다시 놓아주는 것은 불법이 아님 - 기자 말). 상류 방향으로 조금 위쪽에 있는 청덕교 바로 아래로 이동해서 황강 안에 어떤 수서곤충들과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순서였다.
 
 낙동강이 흐를 수 있기를 소망하며 소망배를 띄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서곤충과 물고기 채집 전에 갈대 잎을 이용해 배를 만든 뒤 낙동강을 비롯한 모든 강이 평화롭게 흐를 수 있기를 기원하는 작은 의식을 치렀다. 이른바 소망을 실은 나뭇잎 배 진수식이었다.  

황강의 생명들을 확인해보다

채집을 시작하자 이번에도 대원들은 열심이었다. 2인 1조가 되어 강 이리저리 다니면서 열심히 족대질과 뜰채질을 했다. 바위가 많고 물살이 빨라 물고기들은 많이 잡히지 않았지만, 수서곤충들이 많이 채집됐다.
  
 낙동강 지천 황강에서 열심히 족대질을 하는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물자라, 장구애비, 물잠자리애벌레, 날도래, 물달팽이, 꼬마잠자리애벌레, 새뱅이, 새우 등등의 많은 수서곤충이 채집됐다. 이후 수서곤충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현장교육에 나선 시민과학자 집단인 '생태벼리'의 수서곤충 전문가인 이미경, 안혜린 선생은 강 속 친구들인 수서곤충에 대한 설명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잡은 것들을 분류한 뒤 전시해놓고 보니, 작은 자연사 박물관과 같았다.
물고기도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함께 공부해보기엔 적당한 개체가 채집됐다. 끄리, 줄망둥어, 피라미, 밀어, 검정망둥어, 배스 등이 채집됐다.
 
 채집한 수서곤충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는 대원들. 다앙한 수서곤충이 채집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채집한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현장에서 함께 채집에 참여한 물고기 전문가 김형수 박사는 끄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배스나 블루길 같은 녀석들만 외래종이 아니다. 끄리 같은 녀석들도 낙동강 수계에 살던 녀석들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이입종이다"라며 "외래종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니 집에서 물고기를 키우다가 하천에 함부로 방사해선 안 된다. 하천 생태계가 교란을 당하는 것이니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당부했다. 

천연염색 현수막을 제작하다

수서곤충과 물고기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행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진행됐다. 주변에 난 풀잎을 이용해서 천연염색 현수막을 제작해보는 것이다. 대원들은 황강 주변에 자생하는 풀잎들을 뜯어와서 그것을 절구통에 찧은 뒤 그 물을 가지고 현수막에 풀잎 물을 들였다.

2~3명씩 짝을 지어 한 대원은 풀을 뜯어오고 한 대원은 절구통에 풀잎을 넣어 찧어서 풀물을 만들었다. 그 풀물을 가지고 "강물은 흘러야 한다!"가 적힌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전용 천연염색 현수막을 만들었다. 모두가 함께한 합작품이었다.
 
 나뭇잎을 찧어서 물풀을 만들어 글씨에 천연염색을 하고 있는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를 외치고 있는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합작품을 들고 아이들은 함께 외쳤다.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흐르는 황강과 흐르지 않는 낙동강. 그것은 펄펄 살아있는 하천의 모습과 서서히 죽어가는 낙동강의 모습으로 대비된다. 살아있는 황강은 다양한 생명들을 품고 있지만, 죽어가는 낙동강은 독이 든 녹조로 죽음을 부르고 있었다.

하루빨리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낙동강의 미래는 자명하다. 이대로 가면 죽음만 있다. 하루빨리 황강과 같은 생명을 품은 펄펄 살아 흐르는 낙동강으로 되돌려야 한다.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들은 온몸으로 그 사실을 확인했다.

한 대원의 즉석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낙동강의 녹조가 극심한데 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지 않는가? 왜 수문을 못 열고 있는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7월 10일 합천창녕보의 심각한 녹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흐르는 황강은 맑은 반면 흐르지 않는 저 멀리 낙동강은 녹색빛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에 수많은 취수장(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곳)과 양수장(농업용수를 취수하는 곳)이 있는데 이 취·양수장의 취수구가 너무 높게 설계가 되어 수문을 열어 강 수위가 떨어지면 취수를 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이 취수구 높이를 저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그 예산이 9천억원이 든다. 정부에서 하루빨리 이 예산을 마련해서 취·양수장의 구조를 개선해 수문을 열더라도 강물을 끌어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해놓아야 한다. 그 작업이 마무리되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강처럼 말이다." - 현장 안내를 맡은 두루미 선생

이렇게 이날의 긴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오전에 본 낙동강의 모습과 오후에 직접 몸으로 체험한 황강의 모습을 통해서 어느 강이 우리강의 미래가 되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할 것이다. 

이날의 현장 체험을 함께한 대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었다. 다음은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대원들이 보내준 활동 후기다.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아이들이 황강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 녹조가 너무 심해 놀랐고, 황강 물놀이는 재미있었어요"

"전부터 낙동강에 녹조가 심한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녹조가 진하고 물 색깔까지 불투명해진 모습에 그 물을 마시는 동식물들과 그 물속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이 겪을 일을 생각하니 불쌍하고 안타깝습니다. 또 그 물을 농업용수, 공업용수, 식수로 사용하는 우리들도, 물을 정수해서 사용한다 해도 감히 안전하다 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 물의 수질을 체크해보니 더욱더 수질오염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황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았습니다. 모래가 부드럽고 물도 낙동강에 비해 깨끗해서 재미있게 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녹조로 가득 찬 낙동강이 황강처럼 깨끗해져 물고기도 잡고 신나게 놀 수 있는 맑은 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2 곽규리)

"오늘 처음으로 갔던 곳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몇 달 전에 독수리 식당을 위해 그곳을 가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만 해도 깨끗한 물이었고, 그곳에서 물놀이까지 했었습니다. 녹조로 인해 이렇게 생태계가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는데도 물을 가두는 보가 그렇게 필요한지 궁금했습니다. 작은 관심이 어느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을 텐데 무분별하게 자연이 파괴돼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중2 홍지민)

"녹조 물이 정말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처럼 불투명하고 냄새도 나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본 것 같습니다. 물에서 논 것도 좋은 체험이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다음 낙동강 탐사대도 기대됩니다!" (초6 이은수)

"이번 3차 탐사대에서는 직접 녹조를 보았습니다. 실제로 보니 냄새도 많이 나고 초록색 페인트를 물에 푼 것 같았습니다. 또 물에서 놀고 물고기를 잡을 때 피라미를 잡았습니다. 솔직히 물고기를 잡았을 때 뿌듯했습니다. 다음 4차 때도 기대됩니다." (초6 유다빛)
 
 미래세대 낙동강 탐새대가 길어올린 생명의 발자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한편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프로그램은 창녕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고 한국수자원공사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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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낙동강의 현실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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