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검진 안 받은 사람, 이 암 위험 48%까지 높아진다"

황수연 2022. 7. 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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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40만명 대상 10년간 추적 관찰
구강검진 미실시 그룹서 두경부암 위험 16%↑

국가건강검진 때 일반검진만 받고 구강검진을 안받은 사람의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16%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경부암은 우리 몸의 머리(두부)와 목(경부)에서 뇌와 눈, 식도를 뺀 입·코·혀·목·침샘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편도암과 설근부암(혀뿌리암) 등 구인두암의 위험은 48%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11일 이비인후과 정우진, 치과 이효정, 방사선종양학과 엄근용 교수 연구팀(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 제1저자 서울시보라매병원 위찬우 교수)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대한암학회의 국제 학술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대한구강보건협회의 제77회 구강보건의 날 홍보부스가 마련된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 분수대 광장에서 시민이 구강검진을 받고 있다. 뉴시스

연구팀은 2003~2004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일반 건강검진만 받은 24만2955명과 구강검진을 추가로 받은 16만5292명으로 나눈 뒤 두경부암 발병 여부를 10년간 추적 관찰해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건강검진만 받은 그룹은 구강검진을 추가로 받은 그룹에 비해 두경부암 발생률이 16%가량 높았다. 특히 구인두암과 구강암에서는 위험도가 각각 48%, 20%까지 올라갔다.

연구팀은 “두경부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성별, 나이, 기타 질환, 흡연·음주 여부 등 변수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진자들이 검진 후 구강 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음주, 흡연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거나 치아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구강 내의 염증, 인유두종 바이러스 등을 감소시키고 결국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구강검진을 받은 그룹(파란색)과 받지 않은 그룹(붉은색)에서 두경부암이 아닌 환자 비율. 붉은색 선이 파란색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하락한다. 왼쪽 그래프부터 두경부암(A), 구인두암(B), 구강암(C).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연간 약 5000명이 두경부암을 앓는다. 후두암, 구강암, 구인두암, 하인두암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발병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다양해 두경부암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고, 아직 국가암검진사업의 대상 항목에서도 빠져있어 말기에 이르러 발견하게 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숨을 쉬거나 먹고 말하는 부위에 생기는 암이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질수록 낮은 생존율은 물론 암 치료 후 발성이나 식이, 연하 등 신체 기능에 장애를 남기고 얼굴 외관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예방 및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정 교수는 “국민 대부분을 아우르는 국가건강검진에서 구강검진만 추가해도 두경부암의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미가 깊다”며 “구강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가건강검진 수진자를 대상으로 구강검진을 장려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근용 교수는 “두경부암은 환자 수도 상당히 많고 증가세도 가파르지만, 환자들의 경각심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국가암검진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구강검진 및 관리를 통해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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