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한은]'인플레 파이터' 부활..과거 물가전쟁 살펴보니

문제원 2022. 7. 11. 1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과 2011년에도 물가 크게 올라
당시 한은은 기준금리 대폭 올려 대응
최근 물가상승에 '인플레 파이터' 부활
현재까지 5번 금리 올려, 7월엔 빅스텝
물가정점 찍으면 경기침체..금리 급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갖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본능이 부활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은이 물가 상승기에 인플레 파이터로 나서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은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이후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은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경우 사상 첫 ‘빅스텝’과 ‘3회 연속 인상’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우게 되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도 없었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시험대 오른 한은'

물가인상기, 금리로 대응한 한은

지난 20년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기준으로 4%를 웃돌았던 적은 2008년(4.7%)과 2011년(4.0%)이 대표적이다. 2008년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면서 3분기 물가가 5.5% 오르는 등 19개월간 오름세가 이어졌다. 2011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물가가 뛰어오르며 3분기 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시 물가상승세는 무려 26개월간 지속됐다. 올해 2분기 기준 물가상승률은 5.4%이고, 상승세도 약 20개월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도 당시와 비슷하다.

이 같은 물가상승기에는 대체로 한은의 금리인상이 뒤따랐다. 한은은 2008년 물가가 오르기 이전인 2005년부터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빨라지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10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2007년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5%로 끌어올렸다. 이후 2007년 4분기 수입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자 2008년 8월 한 차례 더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고 수준인 5.25%로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이 함께 나타난 2010~2011년에도 낮아진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정상화 작업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2010년 7월 2%였던 기준금리는 2011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인상되면서 3.25%까지 올랐다.

한은은 최근에도 ‘경기보단 물가가 우선’이란 기조 하에 금리인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회복되고 물가오름세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으며, 이번 달은 물론 다음 달에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물가 정점 지나면 금리인상 기조 바뀌나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인상이 과거보다 더 강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주 금통위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대표적이다. 최근 물가상승 원인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봉쇄 조치, 미국의 41년만의 물가급등 등에 기인하는 만큼 과거 사례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과거 공급충격기와 달리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경직적 물가, 조정평균 물가 등 다양한 근원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2차 파급효과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물가는 통상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국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금리인상 기조가 180도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한은은 10월 갑작스럽게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5개월 동안 6차례에 걸쳐 금리를 무려 3.25%포인트나 끌어내렸다. 당시 한은은 임시 금통위까지 열어 금리를 낮추기도 했다. 또 2011년 중순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본격화되자 통화정책 방향을 바꿔 2012년 7월부터 4년간 8차례 금리를 내렸다.

최근에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금리인상 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에는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