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지역 군산시에 나타난 '이상한 무리'
[이현우 기자]
▲ 앙동마차 DIT 참여자들과 군산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
ⓒ 서희 포토그래퍼 |
이 쇠퇴한 영동 거리에 이상한 무리가 나타났다. 불볕더위에도 리어카처럼 생긴 커다란 마차를 끌고 다니며 거리 방문객과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스툴과 깃발을 들고서 거리 행진을 하기도 한다. 행진 도중에 마술쇼와 댄스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점심에는 파라솔을 펴고 멕시코 음식을 먹기도 한다. 도대체 이 무리는 무슨 일로 군산 영동 거리에 나타난 걸까?
군산 중앙동에서 한불 DIT '앙동마차' 열려
필자도 이상한 무리에 끼어 있던 사람 중 하나다. 6월 27일(월)부터 7월 3일(일)까지 전북 군산시 중앙동 일대에서 진행된 한불 DIT(Do It Together) '앙동마차'에 참여했다. 중앙동의 '앙동'과 '마차'가 합쳐져 탄생한 프로젝트.
앙동마차는 건축공간연구원과 군산시가 지역 회사 ㈜지방과 은파목공문화원과 함께 작당한 행사이자 축제다. 쇠퇴한 중앙동의 '지역재생'을 위해 행사와 축제 열린 것이다.
6월 27일(월)부터 30일(목)까지 4일 간 참여자들은 DIT에 참여하여 퍼레이드에 사용될 가구를 만들었다. DIT는 DIY(Do It yourself)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스스로 하되 '함께' 한다는 의미가 더해진 개념이다. 앙동마차 DIT는 지도제작팀과 목공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지도제작팀은 일차적으로 지역 주민을 비롯한 생활인구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터뷰에 기반하여 감성 지도를 제작했고, 목공팀은 마차와 테이블, 스툴, 깃발 등을 제작했다.
▲ 군산시 영동 거리에서 마술쇼가 진행되는 모습. |
ⓒ 서희 포토그래퍼 |
프랑스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이 구현된 앙동마차
앙동마차 프로젝트에는 지역 회사 (주)지방과 은파목공문화원이 참여했고 이 외에도 한들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지역 내 소설여행 게스트하우스, 삐약북스, 월명스튜디오, 우만플러그 등에 소속된 다양한 군산 시민들이 참여했다. 또한 지역 내 행사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건축이나 도시에 관심 있는 타 지역 학생들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행사가 풍성해졌다.
이번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건 프랑스 건축도시그룹 꺄바농벡띠꺌(Cabanon Vertical, 이하 꺄바농)이 행사 기획에 동참하고 행사 기간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꺄바농은 도시 공간을 무대로 예술과 디자인을 아우르는 공공 시설물을 제작하는 창작 단체이며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꺄바농은 2001년 올리비에 브뒤(Olivier Bedu)가 설립하여 마르세유(Marseille,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면서 프랑스와 지중해를 통틀어 가장 큰 항구 도시)를 기반으로 프랑스와 세계 곳곳에서 진보적인 방법론을 사용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꺄바농이 추구하는 도시 만들기는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에 기반하는데 꺄바농은 2013년을 기점으로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을 지향했다고 한다.
▲ 까바농 벡띠깔의 트랜지셔널 어바니즘 |
ⓒ 꺄바농벡띠꺌(Cabanon Vectical) |
이와 유사하게 택티컬 어바니즘은 소규모 지역에 일시적 혹은 시범적 조치의 형태를 특징으로 한다. 장기적인 정책 방안을 수립하기 전에 일시적인 설계와 적용을 통해 사전에 그 효과를 검증하는 방법이다. 1일 세미나에서는 체인지워크(대표 박지호)의 국내 프로젝트 사례가 소개되었는데 '뚫어뻥'을 활용해 보행환경을 개선시키는 신박한 사례를 볼 수 있었다.
건축공간연구원 윤주선 부연구위원은 1일 세미나 토론에서 "코로나를 비롯한 변수 때문에 도시계획이나 도시설계 분야에서도 긴 계획보다는 짧더라도 여러 번 작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라며 "덧칠하는 유화도시"라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도시 설계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람이 사람을 이끈다', 결국 도시를 바꾸는 건 사람
택티컬 어바니즘과 트랜지셔널 어바니즘은 자연스럽게 시민 참여 가능성이 확장된다. 장기간 혹은 대규모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다 보니 운영상 부담이 적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기에도 비교적 문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결국 도시를 바꾸는 건 시민이다. 그렇다면 앙동마차와 같은 DIT는 어떻게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걸까? 참여자들은 DIT에 참여하여 몸을 쓰고 땀을 흘리면서 제작의 즐거움을 누린다.
▲ 감성지도팀이 주민 인터뷰를 마친 후 촬영한 단체 사진 |
ⓒ 김가현 |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DIT라는 방식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설계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DIT가 단순히 가구나 시설물을 만드는 데 그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 간 함께 땀 흘리는 시간은 공유 경험이 되고 결국 공유 경험이 '관계'를 만들어낸다. 함께 땀 흘리며 작업하고 마주 보고 식사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지역을 이해하게 된다. 지역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일종의 관계 인구가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제는 새로운 도시를 어떻게, 얼마나 건설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도시를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한 명의 뛰어난 전문가가 도시를 만드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는가. 앞으로는 주민참여 혹은 시민참여를 통한 도시설계가 대세가 될 텐데, 다양한 주체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필요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가 DIT가 될 수 있지 않을까. DIT는 시민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낸다. 이번 앙동마차 참여는 DIT가 미래의 도시를 그리는 기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경험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찍어낸 건축 조감도처럼 명확한 그림은 아닐지라도 윤주선 부연구위원이 말한 '덧칠한 유화'처럼 말이다.
[참고문헌]
추민아, 2020, 프랑스 마르세유 도시재생 프로젝트①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도시풍경
손동필 외 2명, 2017, 택티컬 어바니즘 기반의 가로활성화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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