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로그인] 예방·대응·수습까지 화학사고 전 과정 책임지는 '화학물질안전원'

장정욱 2022. 7.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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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불화수소 누출 계기로 탄생
화학 안전·사고 관련 전문성 높여
'화학사고 종합상황실' 24시간 대응
현장·사례 중심 위험 예방 연구
화학물질안전원 전경. ⓒ화학물질안전원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2012년 9월 27일.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이날 오후 3시 43분께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불화수소(불산) 제조업체에서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탱크에 있던 불산 약 18t을 제품 제조 탱크로 옮기던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다.


불화수소는 기체 상태로 체내에 흡수되면 호흡기 점막을 해치고 뼈까지 손상할 수 있는 매우 유독한 가스로 신경계 교란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날 사고로 작업복을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 주민 등 1만2000여 명도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공장과 가까운 마을에는 불산 가스가 덮치면서 농경지 212ha, 가축 4000여 마리가 호흡 곤란을 겪었다. 81개 공장 생산품과 설비가 고장 났다. 건물 외벽과 유리, 차량 1954대가 부식됐다.


당시 사고는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 것은 물론 행정당국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소방당국은 유해 물질 사고에 필요한 중화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물만 뿌려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 화학 보호복을 준비하지 않았고, 인근 지역 제독 작업이나 잔류오염조사 등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사고는 이후 화학물질 사고에 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사고 예방은 물론 사고 후 수습·대응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다. 정부는 그로부터 2년 뒤인 2014년 환경부 소속 화학물질안전원을 설립했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조은희 원장 아래 5개 과 12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일반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운영과와 사고대응총괄과, 사고예방심사 1·2과, 교육훈련혁신팀이다. 사고대응총괄과에는 화학사고종합상황실을 두고 있다.


화학물질안전원 핵심 업무는 사고대응이다. 화학사고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화학 사고와 테러 대응을 지원한다.


24시간 모니터링, 골든 타임 내 사고물질특성, 위험성, 방재요령, 사고 영향 범위 등 정보를 소방본부와 같은 현장 대응 기관에 신속 제공하는 역할이다.


현장 대응 이후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도 화학물질안전원이 맡은 역할이다. 주변 지역 오염 물질을 분석하고 환경과 주민에 대한 영향 등을 살핀다. 2012년 불화수소 누출 사고 수습 과정에서 지적된 전문성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든 총괄하는 기관이다.


화학사고 대응 훈련 모습. ⓒ화학물질안전원

업종별 특성 살리면서 위험 줄이는 게 중요

사고는 수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화학물질안전원은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를 심사하고 현장 조사, 이행점검 등을 책임진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 및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유해화학물질 배출 저감 계획 제도를 운영한다. 화학물질 유통과 배출량 조사도 이들 몫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맞춤형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취급사업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은 물론이고 소방·지자체 등 사고대응 기관을 상대로 전문 교육을 한다. 지역주민이나 학생 등을 대상으로 화학 안전 체험교육도 계속하고 있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업종과 공정 특성 등 현장 여건을 반영한 특화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관리 기준 마련을 연구 중이다. 화학사고 관련 안전을 지키면서도 기업에 부담을 줄일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에는 중소·영세 사업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표면처리, 염색업종을 대상으로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업체 부담은 줄이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이를 시작으로 업종·물질별 특화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올해는 반도체와 항만 업종을 대상으로 특화기준을 만든다. 내년에는 산업계 수요조사와 현장 확인을 거쳐 각자 특성을 고려한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화학사고 원인조사 강화도 향후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다. 화학물질안전원은 “화학물질안전원 개원 이후 화학사고 발생은 줄어드는 추세이나 유사한 사고들의 발생은 계속되고 있다”며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근본적인 예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화재, 폭발, 누출을 동반하는 복합사고와 이상 반응 사고 등을 중심으로 정밀 분석, 시뮬레이션, 재현실험 등을 연구 중이다. 과학적 조사 기법을 활용한 원인조사를 강화하고 사고유형별 예방 대책과 제도개선 사항을 도출 중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7월 발생한 염산 저장탱크 누출 사고 등 5건의 사고를 바탕으로 ‘화학사고 원인조사사례집’을 발간했다. 올해는 6건의 사고에 대해 심층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앞으로 주요 다발 물질과 사례별로 원인조사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직무 형태와 경험 수준,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한 수요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지속해서 개발 중이다. 실시간 원격 교육 시스템 구축으로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들을 수 있도록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


화학물질안전원은 “앞으로도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자문, 간담회, 토의 등을 통해 기술적·인적 요인 등 다각적인 방면에서 개선점을 도출하고, 원인조사 결과를 산업계와 관계기관에 적극 공유해 현장 관리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희 화학물질안전원장. ⓒ화학물질안전원

“현장에서 답 찾아야 국민이 신뢰…맞춤형 화학안전망 구축 노력”

[인터뷰] 조은희 화학물질안전원장

조은희 화학물질안전원장은 지난 2020년 7월 제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환경부 화학물질과장, 화학안전기획단장 등을 거쳐 화학물질 분야에서는 실력과 경험 모두 손꼽히는 인물이다.


조 원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국민이 신뢰하는 화학안전 선도기관’을 비전으로,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화학안전망을 두껍게 하는 데에 역량을 쏟고 있다.


취임 당시 그는 자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국민안전과 기업의 현장 여건을 함께 고려하면서, 화학 안전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 배출저감계획과 같이 새로 시행하는 제도에 대한 컨설팅과 기술지원 등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쌓아 올린 다양한 정보의 품질을 높이면서 더욱 폭넓은 고객층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가려고 합니다. 이른바 수요자 맞춤형 화학 안전정보 서비스 제공이다.


화학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 현장 중심 교육도 강화해 왔다. 지난 2020년 국내 최초 화학사고 누출 훈련시설을 설립해 실제와 다름없는 실습·체험형 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화학사고 증강(AR)·가상현실(VR) 체험시설을 확대해 산업계와 관계기관 안전 관리와 사고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취임 2년을 맞아 “큰 기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조 원장은 “화학 사고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한 걸음 한 걸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평했다.


직원들이 더 즐겁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도록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조직문화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는 그는 기존 정부 주도의 화학물질 관리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조 원장은 정부와 사업장, 지역 사회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지자체 지역화학사고 대응계획 수립 지원, 사업장 자발적인 유해화학물질 배출 저감 유도 등 지역 사회의 견고한 화학 안전망 구축을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반 국민과 산업계, 지자체, 관계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화학 안전 정책 네트워크 포럼, 대국민 화학 안전 공모전, 대학생 서포터즈, 화학물질 불법유통 온라인 감시단 등 다양한 정책수요자가 참여하는 소통창구를 바탕으로 많은 의견을 경청하려 애썼다.


남은 과제는 사업장에서 안전 관리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현장에 맞는 화학 안전 체계를 마련하고 이행하도록 돕는 일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현장 여건에 맞는 시설 기준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화학 안전 정책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조 원장은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서 적합 사업장은 매년 자체 점검을 하고, 화학물질안전원은 사업장의 자율적인 화학사고 예방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조직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충분한 예산도 필수다. 조 원장은 화학 안전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만큼 환경부 등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이러한 문제를 풀어갈 예정이다.


조 원장은 “화학 사고는 순간의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에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안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사업장 종사자들은 항상 안전은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주변 정리·정돈, 작업 시작 전 시설 점검과 개인 보호구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 관리를 생활화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밤낮으로 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에게는 “국민이 신뢰하는 화학 안전 기관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활짝 열고, 현장을 잘 살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늘 고민하며 일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화학사고종합상황실 모습. ⓒ화학물질안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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