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15%, 현실은 9%..국민연금 요율 어디까지 갈까 [스토리텔링 경제]

권민지 2022.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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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공적연금 개혁안의 윤곽이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면서 보험요율은 현행보다 늘리는 방안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기금 고갈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기 위해 재정 안전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안이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요율을 높여봤자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재정 고갈 문제가 불거진다는 것이다. 노후보장과 자산 재분배와 같은 국민연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15% 늘리는 게 이상적… 현실적은 12~13% 예상
일단 현재로서는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대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다. 정부는 올해 기준 43%인 소득대체율을 향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소득대체율이란 보험료를 내던 시기 소득 대비 수령하는 국민연금 비율을 말한다. 올해 소득대체율대로라면 일하던 시기에 월 300만원을 받았던 이는 올해 기준 월 129만원을 받는 게 정상이다. 2028년이면 소득대체율이 40%로 낮아지지만 개인이 수령하는 규모 자체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모수(母數)’인 임금이 매년 일정 % 포인트씩 오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지급하는 돈은 일정하지만 받는 이들은 늘어난다. 국민연금 수령자는 올해 651만명에서 4년 뒤인 2026년이면 799만명으로 148만명 더 늘어나게 된다. 연간 총 급여액은 올해 총 33조8255억원에서 52조6024억원으로 급증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207만명에서 2157만명으로 50만명이 줄어든다. 받는 사람은 늘지만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 구조는 쌓아둔 기금 총액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는 돈을 줄일 수도 없고 변화하는 인구구조를 막을 수도 없다 보니 ‘걷는 돈’을 늘려야 한다는 대안이 나오는 것이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년도 더 전인 1986년 발간한 ‘국민연금제도의 기본 구상과 경제사회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재정 안정성을 위해 월소득 대비 국민연금 요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대에는 12.5%, 2020년대에는 15.0%까지 요율을 올려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기준 국민연금 요율은 9.0%에 머물러 있다. 더 내게 하는 일은 그만큼 쉽지가 않다.

과거 연구 결과지만 이 계산식은 현재도 유효하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5년부터 매해 요율을 0.5% 포인트씩 인상하면 2036년까지 15.0% 요율 달성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2073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다.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계적 인상이라고 해도 11년간 6.0% 포인트나 높이면 국민이 체감하는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지적이다. 류재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0일 “가계 부담과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을 고려하면 12~13% 수준으로 요율을 인상하는 게 수지가 맞는다”고 말했다.

임시방편 지적도… 근본 개혁 '묘수' 없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방식이라면 재정 건전성만큼은 가능할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이러한 방식의 개혁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덧붙인다. 이 기회에 중복 논란이 있는 기초연금을 포함해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와 학계의 의견은 갈린다.

학계는 일단 중복 논란이 있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한꺼번에 개혁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다만 방식을 놓고는 20년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초연금을 유지하거나 줄이고 국민연금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과 기초연금을 더 강화하자는 의견 등이 팽팽하다. 대신 연금 체계를 어떻게 가져가든 공적연금 자체의 기능 약화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한 겹의 사회 안전망으로는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저변에 깔려 있다.

반면 윤석열표 중장기 연금개혁은 ‘사적연금 강화’에 좀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3월에 국민연금 재정 전망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적정 노후소득을 얼마 정도 가져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와 달리 사적연금의 일환인 퇴직연금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며 힘을 실었다. 세액공제 납입한도를 현행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가 발표한 방향성만 놓고 보면 앞으로 노후는 개인이 스스로 대비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윤석열정부 공적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축소를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며 “소득대체율 보장과 함께 보험료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개혁 실패 우려도
일각에서는 후보 시절 강조했던 것에 비해 더딘 진전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내놓는다. 이번 정부도 공적연금 개혁에 실패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일례로 공약 사항이던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는 국회에 만들어지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보다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랜 기간 공석인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방향을 잡아야 개혁도 가능한데 현재는 큰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았다”며 “내년에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계획만 보면 이번 정부에도 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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