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다가와 미사일 폭격..반전의 美 '작은 어선' 베일 벗었다 [르포]
자로 잰 듯 똑 떨어지는 직선으로만 이뤄진 육중한 군함 한 척이 서 있었다. 구축함을 상징하는 함포마저 겉에선 보이지 않는다. 망망대해에서 적의 레이더에 작은 어선 수준으로만 보인다는 스텔스 구축함이었다.
미국 해군이 하와이 진주만에서 열리고 있는 환태평양훈련(RIMPACㆍ림팩)에 참가한 최신예 스텔스 구축함(줌월트급)인 마이클 몬수르함(DDG 1001ㆍ1만5656t)을 9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몬수르함은 2019년 1월 취역한 두 번째 줌월트급 구축함이다. 미 해군에 따르면 줌월트급 구축함이 림팩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발 비용을 제외한 줌월트급 구축함의 척당 건조비는 42억4000만 달러(약 5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미 해군의 주력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3~4척을 만드는 비용과 맞먹는다.
미국이 줌월트급 구축함 32척을 건조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총 3척만 확보하기로 한 것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조비 탓이 컸다. 3번함인 린든 B. 존슨함은 현재 시험항행 중이다.
2025년까지 극초음속 미사일 탑재
몬수르함의 함수는 다른 일반 함정과 달리 바다를 향해 사선으로 내려가 있었다. 이 역시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는 탐지 면적(RCS)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모든 것을 내부에서 조종할 수 있는 만큼 갑판 작업이 불필요한 덕분이기도 하다.
몬수르함의 중앙에 위치한 내장형 수직발사대(PVLS)에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함대지의 경우 최대 사거리 약 2500㎞), 대잠수함 미사일(ASROC), 함대공 미사일(ESSM)은 물론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인 SM-2와 SM-6 등을 발사할 수 있다.
당초 사거리 154㎞의 155mm 첨단함포체계(AGS) 2문도 갖출 예정이었지만 사거리와 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미 해군은 2025년까지 AGS 대신 줌월트급 구축함에 최대 12발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할 계획이다.
줌월트급 구축함은 은밀히 항행해 적진 가까이 침투한 다음, 이처럼 대량의 정밀한 화력을 뿜을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줌월트급 구축함을 “도련선(island chain)을 그어가며 미 군사력에 대항하는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을 흔들 수 있는 전력”으로 본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림팩에 참여시켜 첨단기술을 과시하는 것도 “중국 견제용”이란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줌월트 구축함의 한계도 지적된다. 총 3척에 불과한 데다가 잦은 성능 문제로 실전에서의 활용도를 의문시하는 시각이다.
미 해군 역시 줌월트급 구축함의 활용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와 관련,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박사는 “무인수상함을 도입해 유ㆍ무인 복합 편제의 ‘유령함대(Ghost Fleet)’를 구성하려는 미군 입장에서 보면 스텔스 능력이 뛰어난 줌월트급 구축함은 지휘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WMD 위협세력, 림팩 결속 봐라"
앞서 8일 열린 림팩 미디어데이에서 사무엘 파파로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은 “대량살상무기(WMD)로 세계를 위협하거나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려는 세력은 림팩의 결속을 잘 봐야 한다”고 사실상 중국과 북한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 그러면서 한국을 두고선 “자국 영토를 넘어 질서에 기반한 국제규칙에 점점 더 기여하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로 대변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파트너가 되길 희망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번 림팩에서도 이같은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이날 진주만 해병대기지(MCBH) 안 피라미드록 상륙 해안에서 벌어진 훈련 역시 한국군의 역할 확대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대형수송함인 마라도함(1만4500t)에 싣고 온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 7대를 동원한 이 날 상륙훈련은 한국 측이 키를 잡았다. 120여명의 해병이 미군 20여명, 그리고 멕시코, 인도네시아, 호주,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해병과 함께 연합작전을 펼쳤다.
군 관계자는 “이달 중순쯤 실시하는 본훈련에 앞서 작전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예비훈련을 가진 것”이라며 “본훈련에선 해병대 KAAV가 전방 지역인 해안에 상륙하는 동안 미 해병대가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를 이용해 후방 지역에 내려 포위하는 형태의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훈련은 이번 림팩 원정강습훈련 기간 시도하는 ‘원정전방기지작전(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ㆍEABO)’을 의미했다. EABO는 적에게 뺏긴 도서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 확보 작전이다.
그간 미군은 일본판 해병대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과 이같은 작전을 해본 적이 있다. 한국 등 여러 국가와 합을 맞춰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미군의 미래 상륙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 EABO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유사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한ㆍ미 간 대규모 실기동 연합훈련이 부활하면 국내에서의 상륙훈련도 이처럼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진주만=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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