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 화력으로 언론도 움직인다..與가 이준석보다 무서운 것

허진, 김하나 2022. 7.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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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0시 13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상선 기자


#. 지난 3일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관련 ‘비하인드 컷(미공개 사진)’을 공개하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순방 사진 레전드’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는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무 내용이 없는 빈 엑셀 화면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지적은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졌고, 현 정권에 비판적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페이스북에도 관련 내용이 공유됐다. 그러자 온라인 매체에선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 사이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안건을 결재한 직후 화면이 사라진 상태”라거나 “보안 때문”이라는 해명을 해야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빈 엑셀 화면 사진’ 논란이 이슈화된 과정이다. ‘게시물 등장→온라인 확산→인플루언서 참전→언론 기사화’라는 전형적인 온라인 이슈화 공식을 따랐다.

사상 초유의 현직 여당 대표 중징계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에선 이러한 온라인 이슈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가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급속도로 좁아졌지만 ‘이준석 팬덤’ 영향력까지 줄어든 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대남, 동영상 편집 자유자재…짤·움짤 퍼지면 언론도 움직여”

여권에선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반격보다 ‘이준석 팬덤’을 통한 반격을 내심 더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여권에선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의 기여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대표 본인과는 별개로 이 대표 우호 세력의 온라인 이슈화 능력에 대해선 대부분 활약상을 인정한다. 지난 대선 때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이후 2030세대 남성이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 등이 윤 대통령 지지로 돌아서면서 이른바 ‘온라인 화력’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전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징계 문제를 두고 이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이 갈등하자 이 대표 지지층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대남’(20대 남성)은 동영상 편집을 자유자재로 하며 짤(사진)이나 움짤(동영상) 만드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라며 “동영상을 모두 돌려본 뒤 논란거리를 찾으면 그걸 짤이나 움짤로 만들어 커뮤니티에 올리고, 그게 퍼지면 기성 언론까지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이들이 적으로 돌아서면 아주 골치”라고 우려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열풍을 만들어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문파’ 등에 비해서 디지털 활용에 능한 부류라 수적 규모에 비해 온라인 전투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지난달 28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 숙소에서 참모회의 후 나토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해당 사진 속 모니터 화면에 ‘빈 엑셀’ 모습이 잡히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논란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제공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 대표 우호 세력의 반발이 커질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 꾸준히 ‘당원 배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중징계 결정 6시간여 뒤인 지난 8일 오전에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당원이 되는 빠르고 쉬운 길. 온라인 당원 가입”이라는 글을 올리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이 글을 올리기 직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2030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가장 큰 무기는 (다른 연령대 당원에 비해)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당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일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를 돕겠다는 뜻에서 당원에 가입한 뒤 석 달 동안 매월 당비 1000원 이상을 내고 ‘책임당원’ 자격을 얻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준석, 징계 뒤에도 당원 가입 독려…‘이준석 키즈’ 화력 커져

여권 내에 이른바 ‘이준석 키즈’로 불릴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 늘어난 것도 여권 입장에선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대표 징계 전뿐 아니라 징계 뒤에도 이 대표와 가깝다고 분류되는 청년 정치인들은 각종 라디오 인터뷰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이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준석 대표도 싸움을 잘하지만, 이 대표랑 싸움이 붙으면 이 대표 주변에서도 상대방에게 다 달려든다는 게 위협적”이라며 “그들이 논란을 키우기 시작하면 피해도 커진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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