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월북 조작' 의혹.. "50대 50 보기 어렵다"

이경원 2022. 7. 1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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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첩보 보고서가 국가정보원에서 무단 삭제됐다는 내용의 고발은 사망 공무원 이대준씨에 대한 '월북 조작'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고발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삭제나 지시 행위가 없었다고 여러 방송에서 항변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의혹 신빙성이) 50대 50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과 서훈 전 원장을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관련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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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고발 조치·증거 인멸 정황 등 국정원 강제수사 불가피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격 관련 첩보 보고서가 국가정보원에서 무단 삭제됐다는 내용의 고발은 사망 공무원 이대준씨에 대한 ‘월북 조작’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고발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삭제나 지시 행위가 없었다고 여러 방송에서 항변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의혹 신빙성이) 50대 50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국정원 조치가 수사의뢰보다 한층 높은 고발이라는 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꾸준히 기록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 등 때문이다. 법조계는 진상규명 열쇠를 쥔 검찰이 해양경찰청·국방부·국정원 등을 강제수사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할 만한 조건이 충분하다고도 해석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0일 “정부기관의 검찰 수사의뢰는 ‘수사를 요청한다’는 제보의 성격에 머물지만, 고발에는 ‘처벌을 해 달라’는 의사가 포함된다”고 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과 서훈 전 원장을 각각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관련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과거 국정원이 박근혜정부 당시 ‘특수활동비 상납’ 행위와 관련해 전직 원장들을 수사의뢰했던 것과는 성질이 다르다는 얘기다.

실무적으로도 고발은 수사의뢰보다 혐의 입증에 자신 있을 때 이뤄지는 조치로 알려져 있다.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배제할 수 없다면 ‘무고’로 인한 기관 신뢰성 훼손을 피하려 고발 대신 수사의뢰를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역시 이번엔 “혐의가 확인됐으니 고발했다”는 말로 자신감을 표했다. 박 전 원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 표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부 보고서가 작성됐으며, 이 보고서가 삭제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유족이 장기간 범정부적 기록 은폐를 호소한 점도 고발을 주목하게 만든다. 유족은 해경, 국방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조직적인 자료 은폐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유족은 1심 법원으로부터 정보공개 판결을 얻어낸 이후에도 해경에서 충분한 기록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희망 뜻도 밝혔다.

이 때문에 국정원 내부에서 이뤄진 기록 삭제 의혹 고발이 수사의 본류와도 통한다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애초의 의혹에 ‘증거인멸’ 정황이 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이나 국정원 등 다른 관계기관에서 기록이 삭제된 일이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떤 기록이 왜 삭제됐는지가 중요한 진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적 의혹 제기 뒤 기관 내부에서 기록 삭제 정황이 발표된 점은 과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닮은꼴이다. 한 공안통 출신 변호사는 “포렌식 결과 자진 월북을 단정할 수 없다는 기록, 누군가가 그 의견에 손을 댄 기록 등이 나타난다면 이는 직권남용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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