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없는 '드림마을'.. 청소년 인터넷 중독 치료해요

조효석 2022. 7. 1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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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자 모양의 테이블에 10여명의 또래 아이들이 둘러앉았다.

드림마을에서 아이들은 인터넷을 일절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드림마을에서 전에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한다.

드림마을에서 무게를 두는 건 아이들 마음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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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희망자 받아 치유 서비스
11박 12일 과정 때론 4주 입소
게임 중독 돌아보며 변화 다짐
청소년들이 지난 7일 전북 무주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드림마을은 게임·SNS 등에 과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된 학생 중 희망자를 상대로 1~4주 간 합숙형 치유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가부 제공


디귿자 모양의 테이블에 10여명의 또래 아이들이 둘러앉았다. 먼저 앞으로 나선 건 이모(14)군이었다. 이군은 칠판에 커다란 선을 쓱쓱 그려나갔다. 나이대별로 하루에 통상 몇 시간씩 게임을 했는지 그린 그래프였다. 높낮이가 들쭉날쭉한 꺾은선 그래프에 나이마다 ‘피파’ ‘롤’ 등 게임의 이름이 적혔다.

“열두살 땐 PC방에서 ‘오버워치’란 게임을 하루 3시간 정도 친구들이랑 했어요. 한동안 게임을 안 하다가 피파랑 롤을 애들이 많이 해서 저도 하게 됐어요. 집에서 하루에 6시간씩은 했던 거 같아요.”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들을 치유하는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이하 드림마을)’의 지난 7일 수업 장면이다. 이군은 왜 게임에 빠졌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변화를 다짐하고 있었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 자리잡은 드림마을은 본래 폐교였던 공간을 개조해 만든 청소년 수련원이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초·중·고 각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국 단위 전수조사에서 게임이나 소셜미디어 등에 과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난 학생 중 희망자를 받아 치유서비스를 받게 한다. 청소년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 시설인 셈이다.

드림마을에서 아이들은 인터넷을 일절 할 수 없다. 휴대전화는 입소할 때 본인 동의로 반납한다. 가정에는 유선전화로 연락한다. 이번 학생들은 11박 12일의 과정이지만, 경우에 따라 4주 간 입소하기도 한다. 배영태 원장은 “아이 중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자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들이 반강제로 보내는 경우도 가끔 있다”면서 “입구에서 부모와 몇 시간을 실랑이 하는 경우도 있고, 매우 일부지만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드림마을에서 전에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한다. 수년간 받은 세뱃돈 450여만원을 게임 ‘배틀그라운드’ 아이템 구입 등에 썼다는 박모(14)군은 “스마트폰 없이도 에너지를 쓸 수 있는 활동이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가면 여기서 배운 명상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나처럼 게임을 많이 하는 아빠에게도 명상을 같이 하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단순히 인터넷을 잠시 멀리한다 해서 치유가 되지는 않는다. 드림마을에서 무게를 두는 건 아이들 마음의 변화다. 아이들은 2주 과정의 경우 4~5번 이상 전문가들과 개인상담을 한다. 상담내용은 인터넷 자체보다는 가정, 친구 관계에 관한 게 더 많다. 또 축구, 농구, 음악활동, 농작물 가꾸기 등 대안활동도 진행된다. 인터넷 과의존은 결국 가정이나 대인관계 문제의 결과로 나타난 ‘증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심용출 캠프운영부장은 “교육비용은 무료고 식비(1주일 5만원) 정도만 받지만, 입소하는 아이 중 60~70%는 차상위계층이라 면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드림마을은 아이들 교육과정 동안 부모에게 양육태도 검사와 비대면 교육을 한다. 배 원장은 “변화가 지속해서 일어나려면 가정에서의 변화도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무주=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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