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최악 정치개입..어민 북송 더 문제, 반인륜적" 격앙
공식 입장은 “없다”지만, 내부 분위기는 “격앙”에 가깝다.
국가정보원이 박지원ㆍ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게 된 계기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보는 대통령실의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해당 사건을 둘러싼 국정원의 움직임에 대해 “두 사건은 국가 차원의 범죄”라면서도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을 아낀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0일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북한 이슈를 중심으로 노골적이자 최악의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문제지만,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특히나 반인륜적 행위”라고 말했다.
서해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군 정보 삭제 등 일부 사실관계가 드러나며 정치적으로 쟁점화가 됐다. 핵심 당사자인 군과 해경이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고,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공무원 피살 사건보다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여권은 내부적으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헌법상 북한 주민은 한국인으로, 귀순한 국민을 집권 세력의 정치적 필요 때문에 급하게 북한에 넘겨 버린 반(反)인도적 행위”(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시각이다.
북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2019년 11월 2일부터 문재인 정부가 북한 어민 두 명을 북송한 7일까지 벌어졌던 해당 사건은 “귀순 의사를 밝힌 두 명의 북한 어민을 사흘간의 합동 심문 후, 판문점을 거쳐 북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설명은 “그자들은 하룻밤에 16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였다. 16명을 죽인 살인범들을 한국 사법체계에서 제대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북송) 결정을 내렸다”(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는 것이다.
여권이 문제 삼는 것은 크게 세 부분이다. 통상 보름 이상 걸리는 합동 심문을 사흘 만에 끝낸 것이 석연치 않고, 작은 어선에서 두 명이 16명을 살해하는 게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했으며, 귀순자의 의사에 반해 안대로 눈을 가린 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낸 게 반인륜적 행위 아니냐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북한 어민을 송환한 바로 그 즈음, 부산에서 열린 한ㆍ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초대했다”며 “헌법상 명백한 우리 국민을 김정은 초청장에 끼워 넣은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의 사실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이 부딪히는 데다, 사건이 급박하게 진행된 까닭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에 해당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이 사건 전체를 비공개로 처리하려다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김유근 당시 안보실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직보하는 내용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공개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짙다.
국정원은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최혁 대구 서부지청 부부장을 감찰심의관에 임명한 뒤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포→합동 심문→북한 인계’ 전 과정에 관여한 실무진부터 간부들까지 망라해 진술 청취 등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정원이 검찰에 고발한 서훈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으로 2017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국정원을 지휘하다, 곧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대북 정책을 총괄했다. 때문에 이번 사건 수사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급소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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