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걱정에도 상인들 개문냉방 "문 열어둬야 그나마 손님 들어와.."

김남영 2022. 7.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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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A씨(31)는 매일 영업을 시작할 때면 출입문을 열어둘지 닫아둘지 고민이다. 닫아두자니 손님이 지나칠까 걱정, 열어두자니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라서다. A씨는 지난 6일에도 고민 끝에 영업을 마치는 밤 9시까지 12시간 동안 출입문을 열어뒀다. A씨는 “문을 열어둬야 그나마 손님이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며 “요새 (코로나19) 확진자도 다시 늘어난다고 해서 환기가 중요하다는 방역수칙도 떠올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한여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에어컨을 가동한 채 출입문을 열어놓는 ‘개문냉방’을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서울 최고 기온 30.9도, 평균 습도 82.1%를 기록한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역 8번 출구에서 서울역사박물관 방면, 시청역 9번 출구에서 서소문공원 방면,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방면 각 10곳씩의 상점을 점검해 본 결과 모두 30곳 중 18곳이 개문냉방 상태였다.

개문냉방은 전력 낭비와 도심 열섬현상의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냉방을 하면 문을 닫고 냉방하는 경우보다 최대 3~4배 전력소비가 증가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개문냉방으로 과도하게 배출된 에어컨 실외기 열풍이 열섬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문냉방에 대해선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시정 명령을 할 수 있고 명령에 불응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속·계도는 뚝 끊겼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환기 등 방역수칙을 우선하면서 2020년 1월 이후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 국면에 들면서 방역 당국은 다시 잦은 환기를 강조하고 있다. 당국도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자영업자들은 개문냉방 영업의 필요성을 말한다. 옷가게를 하는 박모씨는 “폭염에 더위를 피하려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손님들이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문을 닫고 영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기료 폭탄에 대한 공포의 정도가 자영업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장모(50)씨는 “냉방을 세게 트는 편인데 문까지 열면 냉방비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문을 닫고 영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해 여름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문을 닫고 영업하되 잦은 환기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칙을 정해 계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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