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중징계에도 정리 안되는 분란..오늘 의총이 분수령

성지원 2022. 7.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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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가 지난 8일 현직 여당 대표로서는 사상 초유의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자 여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향후 당의 진로를 놓고 파열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초·재선, 중진 의원들이 선수별로 연달아 간담회를 열어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오후에는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주재로 의원총회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향후 지도부 운영 방안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다수 “이 대표 당분간 물러나 있어야”

지난 8일 새벽 당 윤리위원회에서 진술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후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결정됐다. 김상선 기자

일단 의원들 사이에선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수용하고 당분간 물러나 있는 게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윤리위 의결 직후인 지난 8일 오전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와 오후 최고위원 긴급 회의에서도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징계 결정 5시간 만에 꺼내든 ‘셀프 징계 보류’ 카드가 불발된 뒤로는 이 대표 역시 주말 동안 윤리위 결정의 직접 언급은 피했다.

쟁점은 이 대표의 6개월 공백을 ‘궐위’(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로 볼지, ‘사고’로 볼지 여부다. 국민의힘 당헌은 “대표가 ‘궐위’일 경우 원내대표 등이 권한을 대행한다”(29조)고 규정하지만 “‘사고’일 경우에는 원내대표 등이 직무를 대행한다”(29조의 2)고 규정하고 있다.

궐위와 사고의 구분은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 직결된다.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를 다시 선출한다”(당헌 26조)는 규정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임기가 11개월 남았기 때문에 궐위로 인한 권한대행 체제에선 전당대회를 개최할 조건이 성립한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를 ‘사고’로 보면 궐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열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사진 왼쪽)는 같은 날 오후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면담 후 “윤리위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1]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사고’로 규정하고 “그 기간만큼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10일 한 언론에 “이 대표가 (대표직을) 그만둬서 궐위되지 않는 한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사무처가 현재 상태가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규정했다.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사무처와 다른 해석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윤석열계를 포함한 다른 당권 주자 그룹에선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궐위’ 상황으로 보고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하루빨리 내홍을 접고 질서 있는 정상화를 통해 지도부를 안정시켜야 한다”며 “임기응변 차원의 시스템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이 같은 해석의 차이가 당권 주자 간 입장 차이에 기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가 임기인 권성동 원내대표로선 그 사이 전대가 열리면 출마할 명분이 크지 않고, 당권 주자 중 출마 준비가 가장 많이 된 김기현 의원으로선 전대가 빨리 열릴수록 유리하다고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승민 “윤리위나 윤핵관들 조폭 같다”

이 대표 징계를 ‘사고’로 보더라도 직무대행 체제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자 3선인 조해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이상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을 수 없고, (직무)대행 체제로 6개월간 운영하는 것은 비대위보다도 더 적절치 않다”며 “이 대표가 징계 결정을 수용하면 6개월간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적었다.

내부 혼란이라는 징계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여권 주요 인사들의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업보라고 생각하라. 바른미래당 시절 대선배인 손학규 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얼마나 모진 말씀을 쏟아냈냐”(홍준표 대구시장), “의혹만 갖고 중징계를 내린 굉장히 졸렬한 처사. 윤리위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은 조폭 같다”(유승민 전 의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 징계 과정에 대한 ‘윗선 개입설’을 놓고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JTBC는 지난 8일 이 대표 징계의 결정적 근거로 활용된 ‘7억원 투자유치 각서’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협상카드로 활용됐다는 주장이 담긴 성상납 의혹 제보자 장모씨의 녹취록 발언을 보도했다. 안철수 의원 측은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허무맹랑한 음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의 지지층인 2030세대에선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해 “적절성을 따지는 당원 토론을 벌이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030 남성이 중심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당원 가입 후 토론 요구를 인증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징계로 축소됐지만 ‘이준석 팬덤’까지 사그라든 건 아니기 때문에 여권 내부에선 당원소환제 등 지지세를 통한 이 대표의 반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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