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총격범 "어머니 특정종교에 빠지면서 집안 파산..아베가 그곳에 영상메시지 보낸 것 보고 범행 결심"
지난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총기로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의 범행 배경이 종교와 관련한 개인 원한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0일 야마가미가 “특정 종교단체에 보낸 아베 전 총리의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야마가미는 이 종교단체를 지목해 “모친이 신자로서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며 “반드시 벌해야 한다는 원망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야마가미가 어린 시절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부친이 갑자기 사망해 어머니가 이를 물려받았지만, 특정 종교에 빠지면서 2002년 파산했다. 그 뒤 야마가미는 친척에게 끼니를 부탁할 정도로 가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무직 상태로 혼자 살던 야마가미는 경제와 가족 문제로 특정 종교에 원한이 커지면서 애초 해당 종교단체 지도자를 노렸지만, 접근이 어려워 실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가 해당 종교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접하면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가 특정 종교단체의 일본 내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요미우리는 해당 종교단체 대표가 세운 비정부기구(NGO) 모임에 아베 전 총리가 보냈던 영상 메시지를 지금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야마가미가 범행 전날인 지난 7일에도 아베 전 총리가 참석하는 오카야마(岡山)시 연설회장에서 범행을 시도하려 했지만, 소지품 검사 때문에 20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아베 전 총리를 따라다녔으며, “폭탄도 만들었지만 (범행 도구를) 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인터넷에서 구매한 부품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금속통 2개를 목재 등에 테이프로 묶어 고정하고, 한 번 발사에 6개의 탄환이 나가도록 설계해 살상력을 높였다. 지난 8일 그의 거처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총기 여러 점과 화약이 발견됐다.
일본 경찰은 이번 피격 사건으로 경호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피격 당시 첫 총성이 들린 뒤 두 번째 총격까지 3초의 ‘골든타임’ 동안 경호원들은 아베 전 총리를 감싸는 인간 벽을 만들거나 피신시키지 않았다.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진 뒤 일부 요원이 뒤늦게 ‘가방 방패’를 들어올렸을 뿐이다.
10일 NHK에 따르면 당시 경호 경찰들은 조사 과정에서 “첫 총성이 들린 뒤에야 수상한 사람을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나라현 경찰본부의 오니즈카 도모아키 본부장은 9일 회견에서 “경호·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총상으로 쇄골하동맥이 손상돼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전 총리의 장례는 11일 친척·지인이 유족을 위로하며 밤을 새우는 쓰야(通夜·밤샘)를 거쳐, 12일 도쿄 미나토구(港區)의 불교 정토종 사찰인 조조지(增上寺)에서 가까운 친척·지인만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그 뒤 관례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아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영결식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이영희·김현예 특파원, 김홍범 기자 hyk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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