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왜 기후악당국이라는 소리 듣냐면"

윤성효 2022. 7. 1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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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전력수급 비상 사실 아냐"

[윤성효 기자]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 윤성효
 
"우리나라는 전기를 많이 생산하고 또 많이 소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래야 경제성장률도 오르고 대기업도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기후악당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최근 여름철 폭염 속에 일부에서는 '전력수급 비상'이라고 하지만, 박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과거에 보면 해마다 여름철이면 '올 여름 전력 수급이 예년보다 어려울 것이다. 경보발령 배제 못해'라는 식의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정부가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며 "그러면 국민들은 우리나라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은행 지점장 출신인 그는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왔고, 소책자 <기후위기의 진실>(비매품)을 펴내기도 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등 관련해 국내·외 자료와 흐름을 분석하고 있는 그를 지난 8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전력 수급 문제 없다

- 단도직입적으로, 전력 수급 사정이 올해 여름의 폭염에도 괜찮다고 보는지?
"그렇다. 우리나라 전력 설비량은 현재 13만 4237MW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곧 있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가 준공을 앞두고 있어 전력 설비는 많이 증가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 소비는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같은 선진국은 2010년부터 전기소비량이 계속 줄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가 지난해 약간 증가했지만, 설비량 증가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전력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단적인 예는 2018년 이후 '개문 냉난방 단속'도 없었고 에너지 절전 대책도 없다시피 했다. 전력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 가게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문을 열어두면 단속했던 적이 있었는데.
"'개문 냉난방 단속'을 왜 하지 않느냐고 지자체에 문의했더니 지자체는 산업자원부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산자부는 전력 사정이 좋아 단속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기후악당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 우리나라가 전기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에너데이터>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인당 전기소비량이 1만 200kwh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느 정도냐. 영국은 4200wkh, 독일 5900kwh, 이탈리아 4800kwh, 일본 7000kwh다. 우리가 전기를 펑펑 쓴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비중이 27%로 좀 높긴 하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독일도 제조업 비중이 21%로 낮지는 않다."

- 전력 수급 때문에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고 현 정부는 계속 주장하는데.
"한마디로 난센스다. 원전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대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주장이다. 설비량은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필요 없이 많이 건설하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가스발전소는 가동률이 46.3%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가동을 하지 않고 놀고 있었다는 것이다. 석탄 발전소 역시 가동률 60.2%인데도 지금 석탄발전소 4기를 더 짓고 있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 윤성효
 
-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공급이 끊기자 원전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러시아 생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서 계획(REPower EU)을 발표했다. 그 계획을 보면 친환경에너지 전환,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등이 주 내용이고 원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영국은 노후원전 대체용으로 2기(힝클리포인트C원전)를 짓고 있지만 건설비용이 당초보다 4조 원이 증가한 41조 원으로 늘어났고 판매단가는 1kwh에 138원으로 해상 풍력 단가 86원보다 40%나 비싸 고민에 빠져 있다. 영국 총리가 8기를 2050년까지 더 건설하겠다고 한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 실지로 건설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또 30년 후의 일이다."

- 프랑스 등 다른 나라는.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2월에 2050년까지 신규 원전 6기, 2050년 이후 추가 8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태양광발전은 10배 늘리고 해상풍력발전을 50기 이상 건설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플라망빌원전 3호기는 2007년에 착공하여 2012년에 준공하기로 하였으나 수차례 연기하더니 2023년으로 또 연기됐다. 건설비용이 당초 4조 5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늘어났다. 역시 정치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마크롱 대통령은 왜 먼 미래인 2050년을 말하느냐. 좀 심하게 말해 헛소리 한 번 해 본 거라고 본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54기 원전 중 21기를 폐기했고 지금 단 4기만 가동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재가동을 원하지만, 지자체장들이 주민의 안전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원전 신규 건설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미국은 99기이던 원전이 현재 93기까지 줄었다. 안전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원전을 가동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정부가 수명 연장하는 원전에 7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보도가 있던데, 경제성이 있으면 보조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 독일은 3기 남은 원전 수명을 연장한다고 국내 언론에 도배를 했으나 오보임이 밝혀졌다. 6개월 남은 현재, 기술적으로 수명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 우리나라 전력 사정이 좋은데 왜 언론에서 전력 수급 불안이라고 보도 한다고 보는지?
"신한울 3·4호기 조기 착공과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전력 설비량과 전력 소비량을 정확하게 모르니까 언론에서 폭염을 빙자하여 전력 수급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다."

전기 절약이 지구를 지키는 길

- 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은 정확하게 어떠하다고 보는지.
"우리나라 전력 설비량은 현재 13만 4237MW인데, 2010년 대비 76%가 증가했으나 소비는 23% 증가에 그쳤다. 설비 과잉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7월 5일 오후 4시 45분에 전력수요 9만 1386mw로 전력 피크였는데, 전력 공급능력은 9만 9463mw, 공급 예비력은 8077mw였다. 원전 8기 정도의 여력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수급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에서 정상은 5500MW 이상이고 4500~5500MW는 전력수급 경계 발령상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단계, 3500~4500MW는 '관심' 단계, 2500~3500MW는 '주의' 단계, 1500~2500MW는 '경계' 단계, 1500MW 미만이면 '심각' 단계에 이른다.

가장 낮은 '준비' 단계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마치 정전사태라도 올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고의적이거나 전력 수급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뿐만 아니라 공급예비력 이외에 고장이나 정비 중인 설비를 모두 합치면 3만 4774MW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2만MW를 감안해도 1만 4774MW가 남는다. 또 여름과 겨울에는 정비하지 않고 대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공급 예비력은 추가로 더 늘릴 수 있다.

공급예비력 8077MW는 실지로 1만 5000MW까지 늘릴 수 있다. 전혀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다. 참고로 미국 전력회사의 경우 1500MW 이하가 되면 정해진 순서대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체부터 순환 정전을 실시하여 피크를 넘긴다. 절약 효과도 없는 가정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결론은 지금도 필요 이상의 전력 설비를 운영하여 수천억 원을 낭비하고 있다. 더 이상 원전을 짓지 말고 전력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에도 정전사태가 오지 않았나?
"그렇다. 그런데 2011년 9월의 정전사태는 전력 설비가 부족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다. 원래 9월에는 무더위가 없기 때문에 원전이나 석탄 발전소들이 정기 점검을 시작한다. 겨울 전력 공급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봄과 가을에는 전력 수요가 여름, 겨울의 6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9월 중순에 30도가 넘는 폭염이 찾아와 전력수요가 갑자기 폭증했기 때문에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일기를 잘못 예측함으로써 수요 예측을 잘못했던 것이다. 그 해 최대 전력피크인 7313만KW보다 훨씬 적은 6700만KW의 전력사용에도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발전소의 정기점검과 수요예측 착오가 빚은 정전사태였다. 이것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분석한 것이고 정부와 한전도 인정한 사실이다. 지금은 일기예보도 정확하고 전력 설비량도 충분하기 때문에 정전사태는 올 수가 없다."

- 지난 6일 유럽의회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결정을 하였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린피스와 독일 같은 국가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는 있다. 그런데 녹색(그린) 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고저항성핵연료봉'을 사용해야 하고 핵폐기물 처분 계획이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어느 국가도 이 조건을 10년 내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이 까다롭다.

또 투자사, 은행이 원전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녹색에너지로 분류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원전의 경제성과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경제성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녹색에너지로 분류됐다고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금융기관은 많지 않다. 문제는 전기를 펑펑 쓸 게 아니라 절약하는 게 지구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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