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기하학?.. 튀르키예 태생 독일 작가의 다문화 메시지

손영옥 2022. 7. 1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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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조타수가 배의 방향을 조작하는 핸들처럼 생긴 검은색 조형물이 있다.

작가가 전문 악기 제작자와 협업해 만들었다.

작가는 그러면서도 좌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이 조형물이 조각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작가는 이런 기상천외한 악기를 경험함으로써 고정관념을 허물고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고를 확장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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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빈 알라닥, 한국 첫 개인전
음악에 숨어 있는 제국주의 역사
꼬집는 대형 설치 작품 등 전시
네빈 알라닥 개인전 ‘모션 라인’ 전시 전경. 바라캇컨템포러리 갤러리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타수가 배의 방향을 조작하는 핸들처럼 생긴 검은색 조형물이 있다. 그 모양이 아주 기하학적이다. 가까이 가보면 핸들의 튀어나온 부분이 북처럼 마감돼 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 큰 원의 뻥 뚫린 구멍에는 여러 줄 현이 있어 기타처럼 튕겨도 된다. 이 조형물을 올려놓은 제단에는 수술처럼 대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걸 건드리면 ‘또르르∼’ 소리가 난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바라캇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독일 작가 네빈 알라닥(50·사진)의 한국 첫 개인전 ‘모션 라인’을 하고 있다. 전시장에 가면 이처럼 희한한 악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조각물의 양면에는 하늘을 향해 치솟은 긴 대가 엇갈리게 달려 있는데 관악기처럼 불 수 있다. 작가가 전문 악기 제작자와 협업해 만들었다. 작가는 그러면서도 좌대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이 조형물이 조각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직선 대각선 원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가 결합된 아상블라주 조각인 것이다.


네빈 알라닥은 튀르키예(터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독일로 이주했다. 뮌헨미술원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가 한결같이 가진 관심사는 소리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다. ‘공명기’라고 이름 붙은 이 연작은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가 한 몸에 구현된 창작물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탐험할 것을 제안한다. 그런데 악기는 한 문화권의 상징이다. 작가는 이런 기상천외한 악기를 경험함으로써 고정관념을 허물고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고를 확장하기를 권한다. 관람객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전시 기간 중 공명기 연작을 활용한 사운드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작가가 튀르키예 태생 독일인인 점을 감안하면 공명기 연작은 다문화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전시장에는 음악에 숨어 있는 제국주의 역사를 꼬집는 대형 설치 작품, 악기와 일상의 풍경을 위트 있게 결합한 영상 작품, 전통 문양에서 영감을 얻은 꼴라주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볼 수 있다. 7월 24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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