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하라""문 닫아라" 엇갈린 지침..상인들 '개문냉방' 딜레마
서울 마포구에서 악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A씨(31)씨는 매일 아침 10시 영업을 시작할 때면 출입문을 열어둘지 닫아둘지가 고민이다.
닫아두자니 손님이 지나칠까 걱정, 열어두자니 냉방으로 인해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라서다. A씨는 지난 6일에도 고민 끝에 영업을 마치는 밤 9시까지 12시간 동안 출입문을 열어뒀다. A씨는 “전기료가 걱정”이라면서도 “문을 열어둬야 그나마 손님이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요새 (코로나19) 확진자도 다시 늘어난다고 해서 환기가 중요하다는 방역 수칙도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한여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에어컨을 가동한 채 출입문을 열어놓는 ‘개문냉방’을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 서울 최고 기온 30.9도, 평균 습도 82.1%를 기록한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역 8번 출구에서 서울역사박물관 방면,시청역 9번 출구에서 서소문공원 방면,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방면 각 10곳씩의 상점을 점검해 본 결과 모두 30곳 중 18곳이 개문냉방 상태였다.
열섬현상 주범이지만, 계도도 못하는 당국
개문냉방에 대해선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명령에 불응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통상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산자부 장관이 관련 고시를 내고 지방자치단체가 이 고시를 근거로 계도와 단속에 나선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19 확산 이후 개문냉방에 대한 단속·계도는 뚝 끊긴 상황이다. 산자부 장관이 고시가 사라졌고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도 계도와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환기 등 방역 수칙을 우선하면서 2020년 1월 이후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 국면에 들면서 방역당국은 다시 잦은 환기를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감염예방 홈페이지는 소규모 점포에 대해 “기계환기설비 가동과 더불어 수시로 출입문, 창문 등을 개방하여 자연환기를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당국도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손님들이 문 열라고 요구”vs“전기요금 무서워”
코로나19 본격 확산 전인 2019년 시민단체 에너지시민연대의 개문냉방영업 실태조사 결과, 냉방영업 중인 전체 조사 대상 311개 상점의 62% 이상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이 멈칫하는 자영업자들은 더 쉽게 개문냉방 영업에나서는 분위기다.
옷가게를 하는 박모씨는 “폭염에 더위 피하려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며 “체감상 매출의 10~20%에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손님들이 문을 열어달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문을 닫고 영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기료 폭탄에 대한 공포 정도가 자영업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달부터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킬로와트시(kWh)당 5원을 인상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장모(50)씨는 “고기 굽는 열기 때문에 냉방을 세게 트는 편인데 문까지 열면 냉방비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문을 닫고 영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해 여름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만큼 에너지 절감과 방역 사이에서 균형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정부가 문을 닫고 영업하되 잦은 환기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칙을 정해 계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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